올해도 많은 소설이 쏟아져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많지 않다. 책 판매가 베스트셀러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소설 부문의 베스트셀러는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와 공지영 씨의 《도가니》다. 하지만 두 작품은 각각 2008년과 2009년 출간돼 엄밀히 말해 올해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유럽 등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았다. 《도가니》는 영화 흥행과 함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았다.

올해 나온 작품 중에서는 김애란 씨의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과 정유정 씨의 《7년의 밤》이 20만부 넘게 팔리며 선전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독특한 소재와 감각적인 문장으로, 추리소설 형식인 《7년의 밤》은 통 큰 서사와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렀다. 김훈 씨의 《흑산》, 최인호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황석영 씨의 《낯익은 세상》, 이문열 씨의 《리투아니아 여인》 등 중진 작가의 신작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곽효환 문학평론가는 “기존 작품들이 문학외적인 요인으로 다시 주목받은 ‘흘러간 노래의 전성기’였다”며 “독자들을 흡입하거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학이 대중과 같이 호흡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책] 흡입력 강한 '7년의 밤'…감각적 문장 돋보인 '두근두근 내 인생'
◆7년의 밤
=7년 전 세령호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 범인이었던 야구선수 출신의 댐 보안원 최현수,그의 아들 서원, 대필작가이자 잠수부인 아저씨 승환, 살해된 소녀 세령의 아버지인 치과의사 오영제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렸다. 실수로 세령을 죽이고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현수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고 아들 서원은 열두 살 이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서원은 아버지와 오영제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을 알게 되고 감춰진 비밀에 다가선다. 선과 악,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 등을 주제로 삼아 빠르고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524쪽, 1만3000원)


[올해의 책] 흡입력 강한 '7년의 밤'…감각적 문장 돋보인 '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두근 내 인생
=미성년자로 아이를 낳은 한대수와 최미라, 조로증 환자인 아들 아름이의 이야기. 서른 중반에 이른 철없는 부모와 17세에 세상을 다 살아버린 80세 노인의 몸을 한 아들을 통해 미성년자의 사랑과 나이듦에 대해 고찰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웃집 노인을 유일한 친구로 삼은 아름이는 어린 부모의 만남과 연애,자신이 태어난 과정 등을 글로 써 열여덟 번째 생일날 부모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또 병원비를 모으기 위해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할 것을 자청, 이 과정에서 골수암을 앓고 있는 동갑내기 서하와 인연을 맺으며 사랑을 알게 된다.(김애란 지음, 창비, 356쪽, 1만1000원)


[올해의 책] 흡입력 강한 '7년의 밤'…감각적 문장 돋보인 '두근두근 내 인생'
◆흑산
=김훈 씨가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역사소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지식의 내면 풍경과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다.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로 순교한 황사영의 삶과 죽음이 한 축을 이룬다. 다른 축은 조정과 양반 지식인,하급 관원,마부 등 여러 계층의 삶이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흑산도로 유배돼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남기고 생을 마친 정약전을 통해 당대 지식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김훈 지음, 학고재, 416쪽, 1만3800원)


[올해의 책] 흡입력 강한 '7년의 밤'…감각적 문장 돋보인 '두근두근 내 인생'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독일 여성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추리소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외국 작가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독일의 작은 마을 타우누스를 배경으로 냉철한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여형사 피아 콤비의 활약상을 그렸다. 두 명의 여학생을 살해한 죄목으로 토비아스가 10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며 진범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젊은이들의 치기와 질투,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 부와 권력을 향한 집착 등이 집단적인 음모로 얽혀 있다.(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북로드, 524쪽, 1만3800원)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