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잉곳·웨이퍼 제조업체 웅진에너지가 업계에 몰아친 한파에 휘청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연이어 장기공급 계약이 취소되며 주가도 끝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 부진한 업황, 대규모 계약 취소로 '충격'

26일 오후 1시 23분 현재 웅진에너지는 전 거래일 대비 335원(6.92%) 급락한 45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전 거래일인 23일 장 마감 후 513억1000만원 규모의 웨이퍼 공급계약 3건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237억4300만원)과 대만 유니텍 솔라(238억2100만원), 제스솔라(37억4600만원) 등으로부터 업황 부진, 자금 경색 등을 이유로 계약취소 통보를 받았다.

웅진에너지는 지난 9월에도 오스트리아 태양전지제조업체인 블루칩으로부터 1215억9800만원 규모의 계약해지를 통보받기도 했다.

원용진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장기공급 계약 취소는 태양광 업황 악화가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웅진에너지의 단결정 폴리실리콘 CAPA(생산능력)가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회사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2012년 미국 썬파워로의 납품물량은 거의 확정된 상태"라며 "올해보다 내년에 납품이 좀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장기공급 계약 취소가 실적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썬파워 매출비중이 60~70% 가량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취소가 내년 전체 매출액의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나

하지만 실적보다 기업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앞서 오스트리아 블루칩의 경우 모회사가 유동성 압박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해간 탓에 계약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따라서 재투자를 받아 웅진에너지에 다시 주문을 넣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는 현대중공업 등 주요 고객들로부터 대규모 계약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부진한 업황 외에도 웅진에너지가 협상력이 없다거나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흐름도 좋지 않다. 웅진에너지는 약 열흘 전 5년 만기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1200억원 가량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주가도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초 2만원을 바라보던 웅진에너지 주가는 8월까지 30% 가까이 급락했다. 업황부진과 제품가격 하락을 반영한 탓이다. 8월 말에는 2대주주인 썬파워(Sunpower)가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근까지 55% 이상 추가 하락했다.

미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하고 있기 때문에 썬파워가 현금확보를 목적으로 웅진에너지 지분을 추가로 내다 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웅진에너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웨이퍼 판매를 감내해야 하므로 현금 상황이 좋지 않다"며 "주가하락이 과도하나 총체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어 매수에 나서라고 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