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대학교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분향소가 설치됐지만 10분만에 철거됐다.

농생명과학대학 박모씨(22) 등 세명의 학생은 이날 국화꽃 한 다발과 향로 등을 가져와 학생회관 1층에 김정일 위원장의 분향소를 마련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난 박씨 등은 김정일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올렸다.

박씨가 분향을 시도하자 현장에 대기하던 학교 본부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으며 그 과정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박씨 등이 자리를 비우자 마자 교내 청원경찰과 직원들은 곧바로 분향소를 철거하고 물품들을 압수했다.

학생회관과 학교 본관에는 교직원과 청원경찰,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으며 서울대 학생 50여명도 주위를 둘러싸고 현장을 지켜봤다. 학생들과 박씨 측과의 큰 충돌은 없었지만 분향소 철거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간첩 신고해야되는거 아니냐”, “미친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한반도 평화를 만든 대화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 등의 면에서 기억할만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게 맞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상범 서울대 학생과장은 “다른 일반 학생들과 추모자들의 충돌 우려가 있으며 시설물 설치에 대한 허가도 받지 않아 철거할 수 밖에 없다”며 분향소를 철거한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지난 주말 김정일의 분향소 설치 하자는 대자보를 붙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11월 진행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계열 선거운동본부 회장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