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기업' 15년 만에 뒤바뀐 운명
1994년 이스트먼코닥(이하 코닥)은 화학 사업부였던 이스트먼케미컬을 분사시켰다. 당시는 코닥이 ‘필름 시장의 제왕’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이스트먼케미컬은 그저 ‘이스트먼’이라는 이름만 공유한 중소 화학업체에 불과했다.

그리고 15년 후. 로이터통신은 “두 기업의 운명이 뚜렷하게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제왕의 타이틀에 안주했던 코닥은 디지털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 반면 이스트먼케미컬은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화학업체로 발돋움했다. 15년간 이스트먼케미컬 주가는 71% 상승한 데 반해 코닥 주가는 99% 추락했다. 한때 100달러를 넘봤지만 1달러에도 못 미치는 ‘페니 스톡’으로 전락한 것.

◆혁신이 운명 갈랐다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건 혁신이었다. 1920년 아세트산 등 사진 인화에 쓰이는 화학물질로 시작한 이스트먼케미컬은 다우케미컬 등 굴지의 화학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거듭했다. 분사 이후에는 의류용·산업용 화학물질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담배 필터, 발암물질로 알려진 비스페놀A를 제거한 플라스틱 등 틈새시장도 적극 개척했다.

그러나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고도 상용화하지 않았다.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지키겠다는 오만함이 문제였다. 필름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야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캐논 소니 니콘 등 쟁쟁한 경쟁사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뒤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코닥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 업계 7위다. 한때 카메라 필름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했던 코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굴욕적인 성적표다.

◆기업 문화, CEO 스타일까지 ‘대조적’

기업 문화와 최고경영자(CEO)의 스타일도 정반대다. 이스트먼케미컬은 2009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연봉을 일괄적으로 5% 삭감했다. 대규모 해고를 피하는 대신 전 직원이 고통을 나눈 것이다. 반면 코닥은 직원을 대량 해고했다. 그러면서도 퇴직연금 등 남아있는 직원들에 대한 혜택은 줄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08년 의무 적립금액을 20억달러 초과했던 코닥의 퇴직연금 펀드는 지난해 말 2억달러 부족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안토니오 페레즈 코닥 CEO는 낭비벽이 심하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지난해 그는 회사 제트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제트기 비용만 30억9407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짐 로저스 이스트먼케미컬 CEO는 실용적이고 검소하다는 평가다. 그가 지난해 쓴 제트기 운영 비용은 1만달러 미만에 그쳤다. 파산설이 나돌고 있는 코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매각해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