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상생과 공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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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활동에도 치우침 없어야…새해엔 더불어사는 삶 많아지길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yong1148@koreaexim.go.kr >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yong1148@koreaexim.go.kr >
시린 겨울바람이 더욱 서러운 일명 영등포 쪽방촌. 한 평 반 남짓한 둥지에 삶을 의지해 살아가는 그곳에서 얼마 전 작은 소동이 하나 일었다. 필자와 우리 임직원들이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던 중 초로(初老)의 한 동네주민이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명목상은 주차구역을 방해하지 말라는 항의였지만 실상은 왜 그에게도 연탄을 나눠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그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갖지 못한 서러움만 더 각인시켜 준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주민이 목청껏 얘기하려 했던 건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냐’는 공평(公平)의 문제였다. 그날 내내 필자의 머릿속엔 상생과 공평, 이 두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상생을 실천하고자 했으나 공평이란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그날의 소란은 공평과 상생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필자에게 깨우쳐줬다.
최근 몇 년 들어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도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이란 단어들이다. 애당초 나눠먹을 게 없는 살림에선 나오지 않을 얘기들이니 대한민국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풍성해졌다는 방증일 게다.
문제는 그 과실을 국민들이 골고루 누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계층에 부가 편중되는 등 공평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월가의 탐욕에 대한 거센 비판은 심화된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에서 비롯됐다. 쓰나미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것도 ‘경제적 양극화 해소’, 즉 같이 더불어서 잘살자는 ‘상생’이었다. 이쯤 되면 가히 상생이 이 시대의 세계적 화두라 할 만하다.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J S 밀은 “행위에서 올바름의 기준이 되는 것은 행위자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관계하는 만인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더 앞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결국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서로의 삶에 기반을 둬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사람 ‘인(人)’이란 한자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을 형상화했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이자 인류 번성의 필수 요소인 물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수소(H)와 산소(O)가 서로를 끌어안아 만들어지듯 말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벌써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가오는 2012년은 임진년, 흑룡(黑龍) 띠의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 흑룡 두 마리가 하늘로 비상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몸을 감싸 타고 오르는 멋진 상생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yong1148@koreaexim.go.kr >
순간 아차 싶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그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갖지 못한 서러움만 더 각인시켜 준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주민이 목청껏 얘기하려 했던 건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냐’는 공평(公平)의 문제였다. 그날 내내 필자의 머릿속엔 상생과 공평, 이 두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상생을 실천하고자 했으나 공평이란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그날의 소란은 공평과 상생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필자에게 깨우쳐줬다.
최근 몇 년 들어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도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이란 단어들이다. 애당초 나눠먹을 게 없는 살림에선 나오지 않을 얘기들이니 대한민국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풍성해졌다는 방증일 게다.
문제는 그 과실을 국민들이 골고루 누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계층에 부가 편중되는 등 공평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월가의 탐욕에 대한 거센 비판은 심화된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에서 비롯됐다. 쓰나미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것도 ‘경제적 양극화 해소’, 즉 같이 더불어서 잘살자는 ‘상생’이었다. 이쯤 되면 가히 상생이 이 시대의 세계적 화두라 할 만하다.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J S 밀은 “행위에서 올바름의 기준이 되는 것은 행위자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관계하는 만인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더 앞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결국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서로의 삶에 기반을 둬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사람 ‘인(人)’이란 한자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을 형상화했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이자 인류 번성의 필수 요소인 물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수소(H)와 산소(O)가 서로를 끌어안아 만들어지듯 말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벌써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가오는 2012년은 임진년, 흑룡(黑龍) 띠의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 흑룡 두 마리가 하늘로 비상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몸을 감싸 타고 오르는 멋진 상생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yong1148@koreaexi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