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믿을 수 없는 통계청 통계
“통계청의 통계를 믿고 정책을 수립해왔는데 엉터리였다니 황당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업회사법인과 영농조합법인 등 농업법인 육성을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기자에게 최근 겪은 일을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9월 통계청으로부터 농어업법인 조사 결과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2008년과 2009년에 6300여개에 불과했던 농업법인이 지난해에는 9740개로 5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농을 육성할 목적으로 10년 넘게 농업법인 설립을 장려해왔던 농식품부에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통계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2008년 6306개로 알고 있던 농업법인 수가 8818개로, 2009년 6306개가 1만16개로 2000~3000개씩 차이가 나게 고쳐져 있었던 것이다. 통계청이 수정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법인은 2008년 8818개에서 2009년 1만16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9470개로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A씨는 “농업법인이 조금씩이라도 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난해 감소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정부 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왜 법인이 감소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수치가 갑자기 바뀐 이유를 통계청에 알아본 그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통계청은 2009년 국세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 말 국세청으로부터 2008년 이후 농업법인들의 법인세 납부 실적 등의 자료를 제공받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계청은 조사원들이 농업법인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수조사해 숫자를 파악했다. 그러나 법인세를 낸 농업법인이 자체 조사결과보다 크게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통계청은 국세청 자료를 공식 통계로 쓰기로 했다. 통계청은 “통계 시계열에 문제가 생겨 앞서 조사한 자료와 직접 비교할 수 없게 됐다”고 인정했다.그러나 그 원인은 “다른 설문조사와 달리 농민들은 사업하는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서 오차가 컸다”며 화살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통계청의 해명대로 응답자 답변에 의지하는 통계청의 기존 조사방법에는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인 수가 수천 개나 오락가락한다면 조사 방법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2000년부터 예산을 들여 축적해온 농업법인 통계는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서보미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