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선 연간 소득이 2만유로(약 3000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대형 요트(전장 10 이상)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연 소득 2만~5만유로(약 3000만~7500만원)에 불과한 사람들이 보유한 자가용 비행기는 604대에 달했다. 호화 승용차가 250만대나 굴러다니는데 납세자 4100만명 가운데 20만유로(약 3억원) 이상의 연 소득 신고자가 2%(82만명)도 안됐다.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7.5%로 몰타 그리스에 이어 유럽 세 번째인 이탈리아의 현주소라는 어제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이탈리아에서 탈세가 성행하는 것은 높은 세금에 대한 불만에다 소득 누락 여지가 있는 자영업자와 전문직이 500만명으로 프랑스(270만명) 독일(390만명)보다 월등히 많고, 신용카드 사용률은 지극히 낮은 탓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탈세자는 내버려두고 세율만 높인 것도 탈세자를 늘리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꼽았다. 이탈리아의 소득세는 40%가 넘는다. 세율을 계속 올리자 다들 도망가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됐다.

이탈리아의 사례는 세율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세율이 높은 세수를 보장하지 않았다. 증세 정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절세·탈세 대응책이 뒤따랐다. 이를 무시한 채 세율 인상과 부유세 신설이 재정문제의 만병통치약인 양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은 순진하거나 무지하다고밖에 달리 볼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도 월 200만원도 못 번다고 신고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 15.5%나 된다. 국세청이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2005년 이후 10여 차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득 탈루율이 평균 48%나 됐을 정도다. 게다가 자영업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세금을 성실히 내는 게 이익이 되도록 제도와 관행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당장 효과적인 세수 증대 방안은 걷어야 할 세금부터 제대로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