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너지의 '꼼수'?…BW 1200억 발행 후 잇단 악재 공시
웅진에너지가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 의도성 여부를 떠나 신뢰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26일 웅진에너지는 전거래일 대비 340원(7.02%) 내린 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말 3건의 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밝힌 탓이다. 웅진에너지는 23일 장마감 후 현대중공업 제스솔라 유니테크솔라 등과 체결한 공급계약이 상대 회사의 요청에 따라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취소된 웅진에너지의 공급계약 기간은 모두 이달 말까지다. 1년여 전에 계약서를 써놓고도 상대 기업이 대부분 이행하지 못한 게 해지 이유다. 웅진에너지의 태양광 웨이퍼를 납품받는 이들 업체는 업황 악화로 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당초 2547만달러의 계약액 중 약 18%에 불과한 468만달러만 납품받았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문제는 계약 취소 자체보다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한 시점이다. 웅진에너지는 이달 중순 일반공모 형태로 1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완료했다. 이 BW를 받아가려고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계약 해지 내용은 그 뒤에 나왔다. 회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즉시 공시했다”고 밝혔으나,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웅진에너지는 BW 투자설명서에 “선파워를 제외한 웨이퍼 장기공급 계약의 경우 3개월마다 시장 가격 수준을 반영, 협의 후 가격과 물량을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계약 이행 상황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10월께부터 계약 이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상대방 회사에도 좋은 내용이 아니다 보니 빨리 밝히지 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의도적으로 늦게 알린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웅진에너지가 체결한 다른 계약도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작년 7월 신성홀딩스와 체결한 1000억원대 공급계약은 이행률이 5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