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지방 광역시ㆍ도시형주택 '흑룡 기운' 받을까
올해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수도권의 침체와 지방의 활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도권은 청약 미달과 집값 하락세로 고전한 반면 지방 분양시장은 웃돈과 떴다방이 다시 등장할 정도로 온도차를 보여줬다.

양극화는 지역·상품·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전셋값이 치솟아 서민·중산층의 불만이 높아졌고, 뉴타운·재개발 사업장은 사업이 지지부진해 골병을 앓았다. 이런 와중에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등 틈새형 수익형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도 뚜렷했다.

새해도 양극화 현상이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보업체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2012년 부동산시장은 선거효과, 세계경제 동향, 수급상황 변동 등과 같은 3대 변수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al Estate] 지방 광역시ㆍ도시형주택 '흑룡 기운' 받을까
○집값 약보합세 지속될 듯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집값이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정도에 따라 투자나 매매 등의 의사 결정이 영향을 받는 까닭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내년에도 집값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면서 지방도 올해와 같은 열기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값 상승을 자극했던 선거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 전무는 “개발과 성장 중심의 공약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복지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이슈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뉴타운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개발 중심의 ‘장밋빛 공약’이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부동산114가 수도권 거주자 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8.4%가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전문가들의 시각과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변동 없는 보합세’를 선택한 응답자는 34.6%, ‘완만한 상승세’는 27.1% 정도로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김소연 부동산114 연구원은 “경기 예측이 어렵다 보니 집값 회복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며 “당분간 수요자들의 관망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Real Estate] 지방 광역시ㆍ도시형주택 '흑룡 기운' 받을까
○분양시장 위축…지방도 물량 줄 듯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범 부동산1번지 팀장은 “유럽 금융위기로 인한 우려가 수도권 전반에 확산돼 있고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시기나 입지 등을 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방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년간 공급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건설사들도 지방 분양 물량을 줄이는 추세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도 민간 건설업체의 지방 분양예정 물량은 1만4000여가구로 올해 초 계획 물량보다 24%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셋값 상승 가능성 여전히 높아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던 전셋값은 최근 잠잠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수능이 쉬워 학군 수요가 줄어든 데다 김포·파주 등의 미분양 아파트 등으로 수요가 일부 분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내년에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만5000여가구로 올해 입주물량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이주 수요는 늘어난다. 고덕시영(2500가구), 가락시영(6600가구) 등 재건축 이주가 내년에 본격화될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전세 수요로 돌아선 대기자들의 규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면서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값싼 보금자리주택 수요로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내년이 흑룡의 해여서 출산을 위해 결혼을 서두르거나, 윤달이 낀 4~5월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많아 상반기부터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