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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강소기업

기업도 사람의 인생과 같다. 슬픔이 있으면 기쁨도 있고, 눈물이 있다면 웃음도 따라온다. 어려운 환경의 중소기업이 여러 가지 역경을 극복해내며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은 사례들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결코 멈추지 않는 기술력과 정도경영으로 주식 상장까지 앞두고 있는 코리아에프티㈜가 그 좋은 사례다.

코리아에프티 오원석 회장은 철저한 계획으로 현재를 중시하는 경영자다. ‘사업에는 리스크가 존재해야 한다. 리스크가 없으면 수익도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오 회장은 코리아에프티를 현재의 모습까지 일군 주역이며 적극적인 사회 환원 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곧 상장회사가 되는 코리아에프티의 발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모터쇼 앞에 의미심장한 자동차가 시선을 끌었다. 자동차 BMW7시리즈와 벤츠S클래스가 돼지를 연상케 하는 분홍빛으로 칠해진 채 환경단체에게 짓밟히는 듯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던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동차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렇듯 환경규제가 자동차 업계에게는 굉장히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규제가 심해질수록 웃는 기업이 있다. 코리아에프티㈜(대표 오원석 kftec.co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리아에프티의 전신은 반도체 공장 고성능 필터생산을 전문으로 했던 코리아에어텍이다. 코리아에어텍은 1984년 설립후 1년이 지난 1985년부터는 카본 캐니스터 개발에 착수한다.

카본 캐니스터는 엔진 정지 중에 연료탱크에서 증발된 휘발유 가스를 저장하였다가 엔진 가동 시 솔레노이드 밸브를 통하여 엔진으로 보내는 장치다. 휘발유가 증발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환경보호는 물론 연료절약 효과까지 있다.

그 당시 임원으로 있던 오원석 대표의 20년 후를 내다본 ‘카본 캐니스터 전략’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카본 캐니스터 양산에 성공한 뒤 현재에도 국내 시장 점유율 77%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성공으로 부사장 자리에 오른 오 대표는 자동차 부품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자동차 부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3년과 1995년 국내 최초로 HMC 플라스틱 필러 넥과 플라스틱 퓨얼 레일 개발과 양산에 성공하면서 자동차 연료 시스템과 인테리어, 의장파트 등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로 탈바꿈시키면서 현재 이탈리아 ERGOM사와의 합작법인 코리아에프티㈜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위기는 곧 기회…

시련은 있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완성차 회사 때문에 코리아에프티 역시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오 대표는 이태리 자동차 부품 회사에 100% 유상증자를 요구했다.

코리아에프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ERGOM은 이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이 투자로 수십억 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이후 오 대표는 자신의 구상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선 플라스틱 필러 넥을 앞세웠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필러 넥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1㎏ 중량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다. 코리아에프티는 2년 만에 이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국내보다 오히려 이태리에서 더 주목받는 회사가 됐다.

비결은 역시 기술력이었다. 현재 400명에 달하는 사원 중 연구소 직원만 50명이다. R&D 투자 비율이 높다는 증거다. 실제로 코리아에프티는 연매출의 10%를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핵심 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IMF 위기를 넘은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2001년 기술연구소 설립, 핵심사업 연구개발투자비에만 100억원을 쏟아 부었다.

현재 안성과 죽산, 경주에 공장이 있으며 안성에는 연구소가 설치되어 국내외로 선보일 기술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의 기술 허브인 셈이다. 43건의 특허출원과 21건의 실용신안 도안 인증도 안성 연구소의 역작이다.

현재 코리아에프티는 현대, 기아, 르노삼성, 피아트, GM대우, 쌍용, RENAULT, 현대 모비스 등에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도 점유율 9%로 독일 말레, 미국 델파이, 일본 아이산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이런 뛰어난 성적으로 코리아에프티는 1999년 제1회 자동차 산업기술 대상 표창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제31회 상공의날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 올해 11월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및 세계일류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12월 12일에는 48회 무역의 날에서 5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경영, 사람이 최고다

인재 양성도 적극적이다. 인재개발, 복지, 조직문화, 노사가 상생, 화합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 코리아에프티는 전직원에게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튜터쉽 인재육성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선진경영 시스템도 차별화된다. 코리아에프티는 선진화된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지향적 품질과 환경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그린’ 기업으로서의 행보가 그 일환이다. 친환경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코리아에프티는 국내외 환경법규를 준수하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마련하고 있어 ‘자동차 부품 산업 그린화’에 롤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직원의 환경 관리 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사무용품이나 소모품 구입 시에는 에너지 절감 및 재활용형 제품을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업장에서도 이면지 활용, 분리수거, 유해물질 배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좀 더 촘촘한 그린 기업의 바탕을 갖추고 있다.

최근 코리아에프티가 교보KTB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좀 더 탄탄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그간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좀 더 사세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코리아에프티의 상장은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한 주가와 잇따른 합병무산으로 꽁꽁 얼어버린 스팩시장을 녹일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합작회사이지만 이탈리아 ERGOM사는 투자자본일 뿐 핵심 기술은 모두 코리아에프티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3월 상장되면 이태리 지분은 35%로 줄어들게 되고, 코리아에프티는 좀 더 건실한 재무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자동차 유해가스 규제강화로 지속적인 매출 증대도 회사 성장에 디딤판이 되고 있다. 전문가는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수혜로 내년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으며 오 대표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2014년부터 강화된 증발가스 규제강화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1ℓ 용량의 캐니스터가 자동차에 장착된다면 3년 후에는 2ℓ 용량의 장비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될수록 코리아에프티에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라고 전했다.

실적은 이미 급성장 중이다. 2008년 매출액 1055억원, 영업이익 37억원 수준이었던 코리아에프티의 실적은 지난해 매출액 1854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으로 확대됐으며 금년 목표치인 2200억원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지화 전략 ‘승승장구’

코리아에프티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현대, 기아, GM, 르노삼성과 긴밀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자리를 잡았으면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마련. 하지만 코리아에프티는 국내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해외 판로 개척에 눈을 돌렸다.

오 대표는 국내 자동차 공장을 해외에 세우기로 결심했다. 국산화가 되지 않으면 그 나라 제품으로 인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먼저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북경에 위치한 중국 공장에 한국에 있는 설비를 그대로 가져가 동일한 라인을 만들고 현지 법률과 세법에 맞게 하나하나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통역이었다. 중국에 먼저 진출한 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통역관은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대표의 의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오히려 효율적이지 못한 시스템으로 손해를 보고 있었다.

오 대표는 믿을 수 있는 지인을 선택했다. 법인장으로 부임한 지인 또한 과거 대우의 김우중 회장을 수행했던 역군이라 중국 고위층과의 인맥도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

2003년 사스가 아시아를 휩쓸었을 때, 코리아에프티의 적극성은 더 빛났다. 치명적인 사스의 위협 때문에 모두가 중국 진출을 피했지만 코리아에프티는 중국 현장에 적극적으로 방문하며 중국 공무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중국공장설립은 반년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는 성과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코리아에프티의 중국 공장 성공을 지켜본 자동차 업체에서 인도에도 공장을 설립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도는 공산당 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호락하지는 않았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납품이 되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트럭의 시동만 켰는데도 ‘살인미수’로 경찰에 불려갈 뻔하기도 했다. 결국은 현지인들과 잘 타협해낸 후 올해 매출은 11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폴란드 현지 공장도 현대기아자동차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코리아에프티는 현지 성공의 가능성을 판단한 후 해외 투자로는 가장 큰 액수인 400억 가까이 투자했다.

건평만 1만평으로 기존에 만들었던 아이템이 아니라 콘솔이나 의장부품 등 국내에서는 하지 않던 제품들까지 생산하는 등 총력을 다했다.

10년 후 전기자동차가 많아지면 연료계통 부품의 성장세가 둔해진다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20년 후를 내다 본 투자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총 14명 현지 직원이 폴란드 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까지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530억원의 매출로 흑자 전환됐다.

또한 이 부품들이 적용되는 차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2014년에는 본사 매출의 반을 차지하는 1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코리아에프티는 우즈베키스탄 법인도 세울 예정이다. 현재 국영기업인 gm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인건비도 저렴해 단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코리아에프티는 이로써 현지화 전략과 기술혁신의 ‘기적’을 이뤄 2014 매출 38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