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금전이나 어음 외에 건물, 토지 등을 인도할 경우에도 집행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증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서는 현재 금전?어음 등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만 이용할 수 있는 집행증서를 건물이나 토지 등의 인도를 구하는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건물이나 토지를 인도할 때에는 집행증서 대용으로 제소 전 화해를 이용했다. 제소 전 화해는 법률적인 분쟁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서 당사자들끼리 해결방법을 정해놓고 이를 법원에 가서 확정짓는 제도다. 1960년대부터 주로 건물 임대업자가 계약만기 후 소송을 거치지 않고 가게를 돌려받는 수단으로 이용돼왔다. 집행증서와 달리 무제한 기판력이 있어 강행법규 위반을 정당화하고 재판상으로 다투는 것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지위가 열악한 세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강제되는 남용사례도 있었다.

통상 2~3개월의 시일이 걸리고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법원이 재판이 아닌 당사자 간의 계약에 관해 확인하는 공증적 역할로 업무량이 증가하고 사건처리가 지연돼 사법기능의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다룬 제소 전 화해사건은 모두 1만1010건으로 이 가운데 건물 명도청구가 약 77%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인과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청산에 관해 합의하면서 가까운 공증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집행증서 작성을 의뢰하면 1시간 정도면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는 집행증서를 받을 수 있다. 서로 간에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이행기에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소송 없이 집행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장영수 법무부 법무과장은 “이번 개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임차건물 반환에 관한 집행증서는 임대차 종료로 임차건물을 반환하기 전 3개월 이내에만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장영수 과장은 “장기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의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임대인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집행증서가 작성될 우려를 최소화한 조치”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임대인이 상환할 보증금 등 금원 반환도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집행증서에 그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양 당사자가 공정하게 집행권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