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日 '하시즘' 인기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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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받아든 취임 석 달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아사히 등 일본 언론이 집계한 지지율은 30%대 초반. 출범 초기의 반토막 수준이다.
집안 단속도 실패했다.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를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거세다. 노다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역자유화와 소비세 증세 등의 정책들은 당내에서조차 반대가 심하다. ‘단명 총리 리스트’에 벌써부터 노다 총리를 올려 놓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들어가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일본 국민들은 이런 기성 정치권에 넌더리가 났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총리를 국민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도록 정치 시스템을 바꾸자는 응답자가 70%를 넘었다.
반면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신임시장의 인기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정치권도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시모토에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는 인기만큼 결점도 많은 정치인이다. 우선 말 실수가 잦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당신을 즉시 임신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해 물의를 빚었고, 일본인들의 중국 매춘관광에 대해 ‘일종의 경제원조’라고 하는 바람에 중국 외교부로부터 정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치철학이나 정책에도 의문점이 적지 않다. 그는 공공연히 일본에 ‘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시모토와 파시즘을 합친 ‘하시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극우적인 색채도 강하다. 공립학교 행사 때 군국일본의 상징 기미가요를 기립해서 부르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을 처벌하는 조례까지 제정했다. 일본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적과 아군으로 갈라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전술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적개심을 품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하시모토에 주목하는 유권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저속한 말을 하더라도, 현실성없는 공약을 내놓더라도 ‘지금의 정치인보다는 낫겠지’라는 기대 때문이다. 극에 달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하시모토를 띄우는 자양분인 셈이다. 일본의 아슬아슬한 선택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이는 요즘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집안 단속도 실패했다.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를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거세다. 노다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역자유화와 소비세 증세 등의 정책들은 당내에서조차 반대가 심하다. ‘단명 총리 리스트’에 벌써부터 노다 총리를 올려 놓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들어가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일본 국민들은 이런 기성 정치권에 넌더리가 났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총리를 국민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도록 정치 시스템을 바꾸자는 응답자가 70%를 넘었다.
반면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신임시장의 인기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정치권도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시모토에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는 인기만큼 결점도 많은 정치인이다. 우선 말 실수가 잦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당신을 즉시 임신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해 물의를 빚었고, 일본인들의 중국 매춘관광에 대해 ‘일종의 경제원조’라고 하는 바람에 중국 외교부로부터 정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치철학이나 정책에도 의문점이 적지 않다. 그는 공공연히 일본에 ‘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시모토와 파시즘을 합친 ‘하시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극우적인 색채도 강하다. 공립학교 행사 때 군국일본의 상징 기미가요를 기립해서 부르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을 처벌하는 조례까지 제정했다. 일본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적과 아군으로 갈라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전술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적개심을 품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하시모토에 주목하는 유권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저속한 말을 하더라도, 현실성없는 공약을 내놓더라도 ‘지금의 정치인보다는 낫겠지’라는 기대 때문이다. 극에 달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하시모토를 띄우는 자양분인 셈이다. 일본의 아슬아슬한 선택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이는 요즘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