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춤추는 대선테마주
27일 증시에서는 비트컴퓨터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화제가 됐다. 비트컴퓨터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14.99% 오르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장중 한때 상한가 매수 잔량만 2200만주 쌓였다. 이 회사 상장주식 수(1609만주)보다 많은 물량이다.

기업 실적이나 성장성 면에서 이 회사의 주가 상승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문의해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를 찾아보려 했지만 최근 1년간 이 회사에 대한 증권사의 분석보고서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상한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회사의 조현정 대표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대선 테마주’로 급부상한 덕분이었다. 대표이사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소식에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올해도 수많은 정치테마주가 유력 정치인의 행보와 선거 결과에 따라 춤을 췄다. 일찌감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혀온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테마주는 10개가 넘는다. 박근혜 테마주 중에서도 ‘정책 관련주’ ‘친·인척 관련주’ 등으로 소분류가 가능할 정도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는 안 원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면서 10월부터 급등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6위까지 올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3~4개씩의 테마주와 얽혀 있다.

실적과 무관한 주가 급등락에 주의하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경고도 ‘테마의 힘’을 이기지는 못한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비트컴퓨터 종목 토론실에는 전날 밤부터 ‘이 회사 대표가 한나라당 비대위 명단에 포함됐으니 내일 시초가에 사야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과거 정치바람을 탔던 종목의 결말이 어땠는지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정보기술(IT) 테마주는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이명박 정부 초기 주목받았던 대운하 테마주도 지금은 종적을 감췄다.

멀리 거슬러갈 필요도 없다. 박원순 테마주였던 와 풀무원홀딩스는 10월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하락세로 돌아서 선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유승호 증권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