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공제한도 300억 이하로 '후퇴'
가업승계시 상속재산의 500억원까지 소득공제해 주려던 상속세법 개정안이 300억원 이내로 조정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소득공제한도가 지금(100억원)보다는 더 늘었지만, 당초 고용 유지와 경영권 안정을 연계시키기 위해 한도를 500억원까지 늘려 주려던 정부안보다는 크게 후퇴했다.

국회 재정위원회는 27일 여야의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세소위를 열고 정부가 내놓은 ‘독일식 상속세제’ 도입안을 이같이 손질해 통과시켰다. 수정안은 재정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독일식 상속세제는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유지할 경우 상속세를 전액 면제(500억원 한도 내)해주는 제도. 그러나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상속재산의 70%(300억원 한도 내)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현행 제도는 상속재산의 40%(100억원 한도 내)를 공제해주고 있다.

조세소위에서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등은 “중소기업들의 고용승계와 고용안정을 위해 과감한 소득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중소기업들에 소득공제를 많이 해준다고 그만큼 직원들의 복지를 늘려주거나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고용도 유지시키면서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독일식 상속세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부의 대물림’ 비판이 제기되면서 크게 축소돼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당초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원했던 소득공제안에 비해 크게 후퇴하긴 했지만 그나마 당장 상당한 부담을 지고 가업을 승계해야 할 중소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소위 조정안대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상속재산이 300억원인 중소기업의 경우 83억61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행대로라면 과세표준 195억원(일괄공제 5억원, 가업공제 100억원)에 세율 50%가 적용돼 83억61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속재산 300억원 전액을 소득공제받기 때문이다.

가업승계 공제한도 300억 이하로 '후퇴'
상속재산 500억원 기업의 경우 현행 제도하에서는 173억6000만원의 상속세를 내지만, 가업공제 한도가 3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세액이 83억6100만원으로 52%(90억원)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의 가업상속 재산에 대한 소득공제 규모는 평균 40%로, 독일(85~100%)이나 일본(80%)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가업승계를 제2창업으로 보고 그에 준하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상속재산에 대한 공제한도(500억원) 및 공제율(100%) 조정 △가업승계 상속·증여세율 조정(50%→30%)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