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심 읽어야 정치권 파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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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으로 안보의식 커져
北 도발 여부 따라 여당 분열
야권 백가쟁명식 타개 한계"
신율 < 명지대 교수·정치학 >
北 도발 여부 따라 여당 분열
야권 백가쟁명식 타개 한계"
신율 < 명지대 교수·정치학 >
일부는 후계구도가 기본은 탄탄하다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 그녀의 남편 장성택의 후원 없이는 김정은 체제는 불안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가장 핵심은 김정은의 군부 장악 여부인데 이 부분 역시 각종 설(說)들이 난무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안할 때 국민들의 안보 요구는 더 강해진다. 불확실성에 대해 자기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가 주된 아젠다 중 하나인 보수 세력이 앞으로의 정국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떠올리는데 지금의 정치 구도상으로 보면 분명 한나라당이 맞지만 문제는 지금의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라는 데 있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당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 면에서 역전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격차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안보 욕구가 강할 때 우리 국민들의 보수성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즉 불안할 때는 여성 후보보다 남성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내 다른 남성 대권주자, 예를 들어 김문수 지사나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등장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도출된다. 이런 가능성은 물론 공천과 대권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겠지만 김정일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되는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율 하락이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그 안착 여부에 따라 도발이나 안보상의 위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내의 분열 현상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도 김정일의 죽음으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정일에 대한 조문 문제가 대두돼 있는데 문성근 씨 같은 인물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문구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 예를 들어 손학규, 문재인 그리고 김두관 지사 같은 온건 합리주의적 인물들은 이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들의 이런 ‘튀는’ 행동을 제어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지금의 시대는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춰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진보의 특성은 아직도 국민을 계몽시키면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이처럼 백가쟁명식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정일의 죽음으로 드러나게 될 파열음을 어떻게 수습할지 여야 모두 고민일 것이다.
신율 < 명지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