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어 日외상 미얀마 방문…치열한 외교전
미얀마를 둘러싸고 주변 강국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미얀마를 방문해 각종 지원을 약속하는 등 ‘당근’을 내밀고 있다. 미얀마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은 기득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5일 미얀마를 방문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은 이튿날 우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2003년 중단한 공적개발원조(ODA) 공여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은 투자협정을 위한 교섭도 시작했다. 일본 외상의 미얀마 방문은 9년 만이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미얀마를 찾았다. 미 국무장관 방문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정부가 민주화 조치를 지속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를 ‘불량 국가(rogue states)’로 분류하고 각종 경제 제재를 가했던 기존의 태도와 달라진 것이다.

양국의 달라진 움직임은 미얀마가 지리적·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얀마는 서남아시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에 있다. 최근 행보에는 이 일대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미국과 일본은 미얀마의 경제적 중요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 근로자들의 임금은 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석유, 천연가스, 목재, 보석 등 각종 자원도 풍부하다. 900년 이상 된 사원 등이 있어 관광 산업도 발달할 전망이다.

두 나라의 러브콜에 미얀마도 적극적이다. 동남아 최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일본,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얀마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까지 감수하며 중국과 공동 추진하던 카친주(州)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은 영향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미얀마 정부 길들이기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지난 19일 리쥔화(李軍華)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가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이 수치 여사와 면담한 것은 20년 만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 정부와의 관계를 중시해 민주화 세력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