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죽음 이상해" 무심코 날린 트위트가 '타살'로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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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3.0시대 - (2) SNS와 루머
최대장점인 전파력이 역기능 부추겨
서울시장 관련 글 시간당 2만건 확산
최대장점인 전파력이 역기능 부추겨
서울시장 관련 글 시간당 2만건 확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52)은 지난 19일 낮 12시15분께 자신의 트위터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혹시 내부 권력투쟁 결과 타살된 건 아닐까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된 지 정확히 14분 뒤였다.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 외에 정확한 사인(死因)도 밝혀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정일 사망은 석연치 않다. 심장발작이라도 충분한 응급조치와 함께 연명시술이 가능한데 갑자기 사망했다. 질병사가 아니란 쪽에 걸고 싶다”(@drexxxxx), “김정일의 죽음이 타살일 거라고 왜 아무도 생각 안 하지….”(@gooxxxx) 슬슬 고개를 들던 ‘김정일 타살설’은 전 의원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처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삽시간에 퍼져 나가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SNS의 최대 장점인 빠른 전파력이 자칫 맹점으로 작용해 역기능을 내는 것이다. SNS가 루머증폭기, 괴담의 소굴이란 오명을 쓰는 이유다.
◆‘한·미 FTA 괴담’ SNS로 확산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각종 루머도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크게 확산됐다. 소셜분석업체인 그루터(www.gruter.com)가 올해 1~11월 중 한국어 트위트 7억8800여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FTA가 체결되면 맹장수술비가 900만원으로 오른다”는 괴담은 지난 10월9일 처음 등장했다.
이 글은 최근까지 8537번이나 트위트 또는 리트위트돼 퍼졌다. 트위터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글은 3316건(38.8%)이었던 반면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위트(RT·재전송)한 것은 5221건(61.2%)이었다.
“‘FTA괴담, 맹장수술비 900만원’ 기사를 봤다. 시카고 살 때 어떤 분이 출장왔는데 급성맹장 수술비가 2500만원 나왔었다. 그러니 900만원은 괴담이 맞다.”(@pe3mixxxxxx) 지난달 4일부터 트위터에 세 차례 반복적으로 올라온 이 글은 무려 325회 리트위트됐다.
‘수돗물 파동’ 루머는 지난 2월 처음 등장했다가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전후해 다시 증폭된 케이스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 상수도는 다국적 기업 벡텔에 팔렸다. 곧 수돗물값이 4배 올라서 빈민들은 빗물을 받아 마셨다.”(@mgxxxx) 10월29일부터 네 차례 반복적으로 올라온 이 글은 436회 리트위트됐다. 주목할 점은 ‘의료비 폭등’ 루머의 상위 10개 트위터 대화점유율은 24.92%, ‘수돗물 파동’ 루머의 대화점유율은 41.18%였다는 것이다.
대화점유율이란 관련 글 대비 특정 사용자가 확산시킨 메시지 수 비율을 말한다. 관련 글이 1000개일 경우 한 명이 퍼뜨린 글이 100개라면 대화점유율은 10%인 셈이다. 한·미 FTA 루 머는 결국 열 명 중 서너 명이 주도한 것이다. 이두행 그루터 소셜분석팀장은 “‘의료비 폭등’ 루머의 경우 관련 글의 60% 정도가 리트위트”라며 “그만큼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확산 방향·폭 ‘통제 불가능’
트위터 등 SNS만의 ‘치명적인’ 매력은 같은 메시지를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거 운동에서 파괴력 있는 무기로 활용된다. 그루터 분석에 따르면 10·26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인 10월12~26일 2주일 동안 트위터 사용자 10만4571명이 나경원·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언급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10월19일 올린 글(“토욜 꼼수선거전 마지막 녹음…박원순 지지 끌어올리는 신종 버라이어티쇼!”)은 초당 100여개의 리트위트를 양산하며 무서운 속도로 퍼졌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SNS의 엄청난 확산능력은 정치적 동원기능을 발휘한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간당 2만여건의 글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SNS 루머 확산 과정을 ‘초기 발화자→초기 확산자→의제 파급자→인터넷 언론→기존 언론+온라인상 대중→오프라인상대중(한국언론진흥재단 ‘소셜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연구보고서’)’으로 보기도 한다. 이를 단순화하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뿌‘ 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한글’ 확산 과정(유포→반포→침투)과 비슷하다.
루머는 순서만 약간 바뀌어 '반포→유포→침투'의 과정을 거친다. 일단 응집력·영향력이 강한 ‘의제 설정 트위터’가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루머를 압축한 글을 올린다. 일종의 ‘반포(초기 발화)’다. 팔로어들은 클릭 한 번에 간단히 동의를 표시할 수 있는 리트위트를 적극 활용한다. 이른바 ‘유포(초기 확산)’다. 곧이어 ‘팔로어의 팔로어들(의제 파급자)’이 해당 글을 ‘무한 리트위트’한다.
이는 무차별 확산, 곧 ‘침투(언론→대중)’다. 황 교수는 “신문이나 방송이 특정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송
하는 반면 트위터 등 SNS는 분산적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특정 의견을 확산시킨다”며 “때문에 메시지의 확
산 방향이나 폭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김정일 사망은 석연치 않다. 심장발작이라도 충분한 응급조치와 함께 연명시술이 가능한데 갑자기 사망했다. 질병사가 아니란 쪽에 걸고 싶다”(@drexxxxx), “김정일의 죽음이 타살일 거라고 왜 아무도 생각 안 하지….”(@gooxxxx) 슬슬 고개를 들던 ‘김정일 타살설’은 전 의원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처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삽시간에 퍼져 나가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SNS의 최대 장점인 빠른 전파력이 자칫 맹점으로 작용해 역기능을 내는 것이다. SNS가 루머증폭기, 괴담의 소굴이란 오명을 쓰는 이유다.
◆‘한·미 FTA 괴담’ SNS로 확산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각종 루머도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크게 확산됐다. 소셜분석업체인 그루터(www.gruter.com)가 올해 1~11월 중 한국어 트위트 7억8800여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FTA가 체결되면 맹장수술비가 900만원으로 오른다”는 괴담은 지난 10월9일 처음 등장했다.
이 글은 최근까지 8537번이나 트위트 또는 리트위트돼 퍼졌다. 트위터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글은 3316건(38.8%)이었던 반면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위트(RT·재전송)한 것은 5221건(61.2%)이었다.
“‘FTA괴담, 맹장수술비 900만원’ 기사를 봤다. 시카고 살 때 어떤 분이 출장왔는데 급성맹장 수술비가 2500만원 나왔었다. 그러니 900만원은 괴담이 맞다.”(@pe3mixxxxxx) 지난달 4일부터 트위터에 세 차례 반복적으로 올라온 이 글은 무려 325회 리트위트됐다.
‘수돗물 파동’ 루머는 지난 2월 처음 등장했다가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전후해 다시 증폭된 케이스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 상수도는 다국적 기업 벡텔에 팔렸다. 곧 수돗물값이 4배 올라서 빈민들은 빗물을 받아 마셨다.”(@mgxxxx) 10월29일부터 네 차례 반복적으로 올라온 이 글은 436회 리트위트됐다. 주목할 점은 ‘의료비 폭등’ 루머의 상위 10개 트위터 대화점유율은 24.92%, ‘수돗물 파동’ 루머의 대화점유율은 41.18%였다는 것이다.
대화점유율이란 관련 글 대비 특정 사용자가 확산시킨 메시지 수 비율을 말한다. 관련 글이 1000개일 경우 한 명이 퍼뜨린 글이 100개라면 대화점유율은 10%인 셈이다. 한·미 FTA 루 머는 결국 열 명 중 서너 명이 주도한 것이다. 이두행 그루터 소셜분석팀장은 “‘의료비 폭등’ 루머의 경우 관련 글의 60% 정도가 리트위트”라며 “그만큼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확산 방향·폭 ‘통제 불가능’
트위터 등 SNS만의 ‘치명적인’ 매력은 같은 메시지를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거 운동에서 파괴력 있는 무기로 활용된다. 그루터 분석에 따르면 10·26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인 10월12~26일 2주일 동안 트위터 사용자 10만4571명이 나경원·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언급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10월19일 올린 글(“토욜 꼼수선거전 마지막 녹음…박원순 지지 끌어올리는 신종 버라이어티쇼!”)은 초당 100여개의 리트위트를 양산하며 무서운 속도로 퍼졌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SNS의 엄청난 확산능력은 정치적 동원기능을 발휘한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간당 2만여건의 글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SNS 루머 확산 과정을 ‘초기 발화자→초기 확산자→의제 파급자→인터넷 언론→기존 언론+온라인상 대중→오프라인상대중(한국언론진흥재단 ‘소셜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연구보고서’)’으로 보기도 한다. 이를 단순화하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뿌‘ 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한글’ 확산 과정(유포→반포→침투)과 비슷하다.
루머는 순서만 약간 바뀌어 '반포→유포→침투'의 과정을 거친다. 일단 응집력·영향력이 강한 ‘의제 설정 트위터’가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루머를 압축한 글을 올린다. 일종의 ‘반포(초기 발화)’다. 팔로어들은 클릭 한 번에 간단히 동의를 표시할 수 있는 리트위트를 적극 활용한다. 이른바 ‘유포(초기 확산)’다. 곧이어 ‘팔로어의 팔로어들(의제 파급자)’이 해당 글을 ‘무한 리트위트’한다.
이는 무차별 확산, 곧 ‘침투(언론→대중)’다. 황 교수는 “신문이나 방송이 특정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송
하는 반면 트위터 등 SNS는 분산적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특정 의견을 확산시킨다”며 “때문에 메시지의 확
산 방향이나 폭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