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8일 법인등기 신청…'독립경영' 선언
‘65년 만의 환골탈태.’

서울대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인등기 신청을 내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로 간판을 바꿔 단다. 1946년 국내 최초의 국립 종합대로 설립된 서울대가 국‘ 가 경영’에서 독‘ 립 경영’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하게 된다. 경직된 정부 조직에서 자율적이고 의사결정이 빠른 ‘기업형’ 조직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하고 총장은 예산·인사·조직 분야에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서울대는 다음주 첫 이사회를 소집하고 학사위원회, 재경위원회, 평의원회 등 학내 심의기구를 통해 학칙 및 제반 규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대, 28일 법인등기 신청…'독립경영' 선언
◆국가경영서 이사회체제로


정부 산하 공무원 조직에서 독립법인으로 바뀌어 대학 운영이 자율화된다. 현재는 교직원 직선제지만 앞으로는 민간 기업처럼 이사회에서 간선제로 총장을 선임한다. 법인서울대 재단의 초대 이사장은 현 오연천 총장이 겸직하게 된다.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는 학내인사 7명과 학외인사 8명으로 구성됐다. 현재는 대통령령인 ‘서울대학교설치령’에 따라 조직 개편을 하려면 부처(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 협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해야 한다. 서울대법인추진설립단 관계자는 “서울대는 정부조직이 갖는 경직성 때문에 발전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예산·인사·조직 자율 보장

현재 서울대 재정은 국고·기성회·발전기금·연구간접비 등으로 구분돼 있고 용도가 각각 제한돼 있다. 국고예산은 항목별로 ‘꼬리표’가 달려 있다.

법인화 이후에는 총괄예산을 근간으로 법인의 사업목적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의 허가와 승인 없이 이사회와 총장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집행하게 된다. 수익사업이 허용돼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채나 장기차입 등을 통한 자금 확보도 가능해진다.

교직원 인사를 자율적으로 하고 학사·연구 조직을 자유롭게 만들거나 없앨 수 있다. 현재는 교직원을 채용할 때 교과부와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 최소 3개 부처의협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대, 28일 법인등기 신청…'독립경영' 선언

◆정부 지원 받으면서 수익사업 가능

법인서울대는 ‘특혜’로 불릴 정도로 지원을 많이 받는다. 서울대는 이제까지 3조 8145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 등 국유재산을 교육시설로 사용하며 관리해 왔다.

정부는 이 중 70%에 해당하는 2조6108억원 상당의 재산을 무상 양여하기로 27일 결정했다.

법인이 되더라도 정부가 인건비와 시설비, 운영비 등을 매년 총액으로 지급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5년간 1조8821억원에 달한다. 다양한 경로의 재정 확충이 가능해진다. 연구·교육용이 아닌 자산은 담보로 활용, 채권(학교채)을 발행하거나 돈을 빌릴 수 있다.

◆우수 교원 정년 연장 가능

서울대 교직원은 현재 공무원과 기성회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인이 되면 모두 법인 교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연공서열 중심의 획일적인 보수 체계를 탈피, 차등 연봉제 등 성과급제 도입이 쉬워질 전망이다.

서울대 교원은 법인화 이후 5년간, 직원은 2년간 교과부 소속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교과부는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법인서울대 직원 전환 신청을 받아 18명을 28일자로 인사 발령했다. 45명이 지원, 경쟁률이 2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남은 과제는

일부 교수와 학생 등이 법인화에 반대하는 등 학내 반발이 여전하다는 점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교수 학생 교직원 등으로 이뤄진 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이 오르고 기초학문이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용철 서울대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법인 등기가 이뤄진 뒤에도 기초학문 소외와 기업에 의한 종속 등 기존에 우려됐던 부분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는 동시에 법인화 폐지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혀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 남부학술림 양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도 부담으로 남았다. 광양시와 구례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서울대가 땅을 사유화할 경우 주민 소득원이 사라지고 산림자원을 잃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현행처럼 ‘서울대 관리’로 둔 채 법인 출범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건호/이현일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