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등 내수株 '날개'…은행·증권株 '눈물'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변수에 휘둘렸던 올 한 해 증시는 업종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연초 강세장을 이끌었던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을 비롯해 대부분 업종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반면 음식료와 섬유의복 등 소외됐던 내수업종이 막판까지 힘을 냈다. 정치테마주와 바이오주 엔터테인먼트주는 대외 악재에 아랑곳없이 올해를 주가 ‘레벨업(level-up)’ 기회로 삼았다.

시가총액은 상반기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각종 악재 탓에 지난해 말보다 소폭 줄어든 상태로 마감이 예상된다.

◆투자자 분주했지만 시장몸집 작아져

올 들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155조원(27일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말(1240조원)보다 6.85% 줄었다. 시가총액은 지난 5월2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2228.96)를 기록할 당시 1351조원으로 최대 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시총 역시 줄었다. 특히 대형주가 주도권을 잃으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시총은 올 들어 7.96% 감소한 1051조원에 머물렀다. 반면 코스닥 시총은 104조원으로 작년 말(98조원)보다 6.12% 늘어났다.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올 들어 골프존 등 52개사가 코스닥시장에 데뷔한 영향도 컸다.

거래는 지난해보다 활기를 찾았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27일 기준)은 약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5조6000억원보다 23.2% 늘었다.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대금 역시 작년 1조9000억원에서 22% 증가한 2조2000억원에 달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특히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기금, 올해도 ‘화끈한’ 순매수

외국인은 3년 만에 순매도(연간 누적)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09년 사상 최대 규모였던 약 32조원, 2010년 21조원을 순매수했지만 올 들어서는 8조479억원어치(27일 기준)를 팔아치웠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인도 지난해와 같이 매도 우위(-1조9039억원)를 이어갔다.

반면 기관은 올해 11조776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자산운용사 등 대부분이 ‘팔자’ 위주였지만 기금 혼자서만 12조65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도 기금은 9조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수급에서 큰 역할을 했다.

◆증시 휩쓴 정치테마와 바이오주

업종별로는 음식료가 작년 말보다 23.84%(27일 기준) 오르며 수익률 최고를 차지했다. 섬유의복(11.01%)의 상승률도 돋보였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세를 그렸다.

글로벌 경기 우려 등으로 수출주의 부담이 높아진 반면 경기 방어주인 내수주가 부각됐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차·화·정 가운데 화학업종이 4.89% 내렸고,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업종 역시 올 들어 3.44% 하락했다. 그나마 올해 시장 평균 수익률(코스피지수 기준) -10.19%보다는 양호한 성적이었다. 올초 주도주로 떠올랐던 증권(-45.43%) 은행(-30.45%) 등 금융업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하락세가 거셌다. 기계(-25.59%) 건설업(-22.62%) 등도 부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동성화학(487.66%) 키스톤글로벌(350.20%) 모나리자(304.05%) 등이 가장 많이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케이에스씨비(862.81%) 3S(566.67%) 후너스(541.87%) 등이 올해 급등했다. 그 다음으로는 안철수연구소(516.89%) 태창파로스(506.67%) 아가방컴퍼니(499.68%) 등 정치 및 복지 테마주가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이들 종목은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급등하며 과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바이오주 역시 올해 증시 뉴스를 휩쓸었다. 올해 젬백스에 피인수된 케이에스씨비(옛 풍경정화) 외에도 에이즈백신 개발 추진으로 주목받은 큐로컴(356.56%), 줄기세포 치료기술로 화제가 된 메디포스트(302.66%) 등이 코스닥 수익률 상위권에 들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