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종합대책이 발표 하루 만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직불형 카드 비중을 현재 9%에서 5년 안에 미국 수준(40%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대책을 야심차게 내놨다. 하지만 직불형 카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불카드 단말기 부족

직불형 카드는 은행에 예금된 돈을 사용하는 카드를 통칭하는 것으로 신용카드처럼 ‘외상구매’ 개념이 아니고 ‘현찰구매’와 같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하다. 직불형 카드는 다시 은행이 발급하는 직불카드와 카드사가 발급하는 체크카드로 구분된다. 수수료율은 직불카드가 평균 1%로 가장 싸다. 신용카드사를 끼지 않기 때문이다. 체크카드는 1.5%며 신용카드는 2.08%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직불형 카드 가운데서도 직불카드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불카드 사용을 늘려 카드 가맹점들의 부담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가맹점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가맹점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206만여곳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직불카드는 48만여곳에 그친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결제 대행 업체인 밴(VAN)사 등의 협조를 얻어 가맹점 자율적으로 직불카드 결제가 되는 단말기를 설치토록 권장하겠다는 게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들은 밴사로부터 단말기를 공짜로 받는 데 익숙해 있어 직접 단말기를 구입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밴사들도 직불형 카드 단말기 무료 보급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강화될까

체크카드 부가 서비스를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먹힐지도 의문이다. 카드사들에 체크카드는 돈이 안 되는 상품이다. 고객들이 신용카드로 외상 구매를 해야 이자 수익도 생기고 카드대출도 유도해 돈을 버는데 체크카드로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체크카드 혜택이 신용카드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 영업에 적극 나서 평가도 잘 받고 포상도 받으면 좋겠지만 회사가 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체크카드 부가 서비스 강화는 회사의 수익모델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어 반짝하다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신업법 위반 논란까지

금융당국은 카드 가맹점들이 직불형 카드를 쓰는 고객에게 할인 판매나 무료 서비스, 경품 지급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여전법 19조는 가맹점이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불형 카드를 우대한다면 신용카드 회원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위법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 개정 전까지는 추진하기 어려운 대책이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책 역량을 모두 집중해 직불형 카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지금 내놓은 대책으로 현재 10%도 안 되는 직불형 카드 비중을 5년 안에 4~5배까지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서/김일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