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기차 사업 시동…佛 '입소스'에 타당성 검토 의뢰
LG가 프랑스의 글로벌 컨설팅회사 입소스에 전기자동차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스마트폰과 가전사업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분야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소스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그룹 차원의 본격적인 전기차 사업 진출이 미래 성장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입소스는 LG의 전기차 사업 진출에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LG가 GM과 제휴해 배터리 시스템을 비롯해 주동력 모터, 인버터 등 주요 부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를 핵심 사업으로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 전기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LG는 10년 후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을 전기차에서 찾는 방안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에선 나온다.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 능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LG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상당수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거나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서는 LG화학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전기차 모터는 LG전자가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

LG CNS는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고 LG이노텍은 조향장치 모터 및 센서를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LS산전은 동력전달장치에 해당하는 인버터와 EV릴레이(전력조절장치)를 만들고 있다.

LG는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01년 LG CNS를 통해 차량 설계 및 컨설팅업을 시작한 뒤 2004년에 자동차 엔지니어링을 전문으로 하는 브이이엔에스를 설립했다.

브이이엔에스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진출해 차량 설계 및 생산 설비 구축과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인도 타타와 중국 지리자동차의 10여개 차량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일본 다이하쓰의 20여개 신차 디자인에도 도움을 줬다.

LG는 지난 8월 글로벌 1위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전기차 공동 개발 협약도 맺었다. GM은 동력 계통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고 LG는 차량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맡을 전망이다.

LG가 이런 전기차 제조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입소스도 LG의 전기차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와 동력 변환 모듈, 기후 컨트롤 시스템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엔 진입 장벽 낮아져

자동차를 PC처럼 개인 취향대로 조립해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휘발유나 경유로 달리는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부품 종류만 수만 가지가 되는 데다 조립 자체가 힘들어서다. 세계에 자동차 부품 회사는 많지만 완성차 업체는 수십개에 불과한 이유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 시대가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전기차에는 관련 부품 수가 가장 많은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없다. 따라서 전체 부품 수가 대폭 줄어든다. 내연기관 차량 엔진에 해당하는 모터와 배터리만 있으면 차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부품 자체도 단순해져 완성차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조립 능력 의존도가 줄어든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 메이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LG가 전기차 사업에 본격 뛰어들려는 핵심 이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차량 안전 및 품질 유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 자동차 특허를 우회하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주류로 자리잡을지도 미지수다. 클린디젤과 수소전지차량이 대세가 될 수 있어 전기차만 보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드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 내연기관 차량은 만들지 않고 전기차만 생산해 성공한 회사는 미국 테슬라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가 전자와 화학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졌지만 사람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형태로든 완성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정인설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