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차가운 손, 내가 녹여드리지요. 달이 뜬 밤에 우리 이야기나 해요. 나는 시인입니다. 가난하지만 사랑 노래를 맘껏 부르며 마음만은 부자랍니다. 그런 잔잔한 가슴을 당신의 두 눈이 흔들어 놓았어요. 내 이야기를 해드렸으니 이제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푸치니의 ‘라 보엠’ 중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여주인공은 만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은 남자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네, 미미라고 합니다”라고 수줍게 밝히고, 곧이어 서로에게 빠져든 기쁨을 사랑의 이중창으로 소리 높여 외친다.

이들이 만난 건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과 미미의 건강 때문에 이듬해 봄이 오기도 전에 헤어지게 된다.

우리 주변에도 가난 때문에 맺어지지 못하는 청춘남녀들이 의외로 많지 않은가. 그들의 사랑이 ‘기쁜 우리 젊은 날’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