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 일본 혼다자동차가 미국에서 소액 배상 제도를 활용한 고객 한명에게 혼쭐났다.

2006년형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산 로스앤젤레스 주민 헤더 피터스는 이 승용차의 연비가 광고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광고는 휘발유 1갤런으로 50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는 30마일에 불과했다.

피터스는 화가 났지만 엄청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를 여럿 고용한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은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피터스는 혼다차를 혼내줄 방법을 찾아냈다고 27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피터스는 지난 1월 소액 배상 법원에 혼다차를 제소했다.

캘리포니아주 법률이 1천 달러 이하의 소액 배상 소송은 원고나 피고 모두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혼다차의 막강한 변호인단을 무력하게 만든 피터스의 소액 배상 청구 소송은 엄청난 휘발성을 띠고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피터스는 '혼다와 타협하지 마세요'라는 인터넷 웹사이트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구매자에게 소액 배상 청구 소송을 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6년 동안 미국에서 무려 20만대가 팔렸고 중고를 산 차주를 포함해 이론상 약 50만명이 소액 배상 청구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

소액 배상 청구 관련 법률은 피고가 된 업체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직원이 법정에 출두해서 원고와 맞서야 하기에 피터스의 구상처럼 줄소송이 벌어지면 혼다차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소송에 투입되는 돈과 시간, 노력은 기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페퍼다인대학 법과대학원 도널드 차일드리스 교수는 피터스의 아이디어에 대해 "창의적인 게릴라 전법"이라면서 "얼굴 주변을 벌이 윙윙 날아다니면 얼마나 성가시겠느냐. 이게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액 배상 청구 소송이 들불처럼 번지기에는 약점도 있다.

원고 역시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어 직접 소장을 작성하고 법정에 나가서 오랜 시간 피고와 싸워야 한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피터스는 "혼다차에 불만을 제기하면 100달러짜리 쿠폰을 한장 던져주고 끝내려고 한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100달러짜리 쿠폰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