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마음에 드는 옷을 사려면 최소 3~4개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는 게 기본이었다. ‘다른 매장에 더 어울리는 옷이 있지 않았을까’란 찜찜한 마음을 없애려면 소비자가 직접 여러 브랜드 매장에 들러 비교해 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패션업계에 ‘편집숍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들은 이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됐다. 편집숍이란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대개 ‘패션 고수’들이 날카로운 눈썰미로 선별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으로 매장을 채운다.

여성복과 신발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편집숍 바람이 이제 아웃도어로 옮겨붙었다. 지난해 LG패션이 체험형 아웃도어·스포츠 매장인 ‘인터스포츠’를 선보인 데 이어 LS네트웍스(웍앤톡) 이랜드(스포블릭) 이랜드(스포츠빅텐 아웃도어) 등 유통·패션 분야의 강자들이 앞다퉈 편집매장을 열고 있어서다.

이들 매장의 강점은 역시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도 갖춰 놓았으며, 해외에선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는 생소한 브랜드들도 있다.
[Leisure&] 아웃도어 편집매장 바람…"내가 원하는 아이템 여기 다 있네"
◆ 인터스포츠 "직접 체험하고 고르세요"

인터스포츠는 세계 38개국에 5300여개 매장을 거느린 세계적인 아웃도어·스포츠 전문 유통매장이다. 등산용품뿐만 아니라 수영복, 산악자전거, 헬스기구에 이르기까지 아웃도어 활동과 관련된 모든 의류 및 용품을 망라한다.

국내에 들어온 시점은 지난해 2월. LG패션이 인터스포츠와 계약을 맺고 서울 문정동에 첫 매장을 냈다. 현재 서울 양재동을 비롯해 청주, 창원, 대구, 전주, 대전, 부산(광복) 등지에 8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인터스포츠의 가장 큰 강점은 널찍한 매장(평균 1652㎡) 규모다. 그런 만큼 취급하는 브랜드 수와 용품 종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140여개 브랜드에 1만여종, 20만여점의 제품이 깔려 있다. 노스페이스 라푸마 마무트 컬럼비아 사레와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푸마 미즈노 아레나 윌슨 등 스포츠 브랜드도 두루 갖췄다. 인터스포츠의 또 다른 차별점은 매장 곳곳에 제품을 만져보고 다뤄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매장에 설치된 야구, 요가, 탁구, 암벽클라이밍, 위(Wii)게임존 등을 통해 각종 용품과 의류를 직접 체험해 본 뒤 구입할 수 있다.

LG패션 관계자는 “각 매장마다 스포츠 선수 출신 컨설턴트를 배치해 고객의 특성에 맞게 제품을 골라주고 정확한 운동법도 알려준다”며 “소비자들의 발 길이와 너비를 측정한 뒤 딱 맞는 러닝화와 등산화를 골라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Leisure&] 아웃도어 편집매장 바람…"내가 원하는 아이템 여기 다 있네"
◆ 스포브릭, 저렴하고 뛰어난 접근성 강점

스포블릭은 국내 최대 패션업체인 이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이다. 지난 4월 이랜드 계열인 NC백화점 강서점에 830㎡ 규모로 1호점을 연 이래 NC백화점 송파점, 불광점, 해운대점과 뉴코아아울렛 모란점, 광명점 등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내년에는 10개가 넘는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스포블릭의 강점은 접근성에 있다. 일반 상가에 로드숍 형태로 매장을 내는 경쟁 편집숍과 달리 스포블릭은 이랜드 계열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에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집객력이 뛰어난 대형 유통점에 들어선 만큼 소비자들이 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도 매력 포인트다. 스포블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브랜드에 따라 국내 시중가보다 최대 20~30% 저렴하다. 이랜드가 병행 수입 등의 방식으로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소싱해오기 때문이다.

취급 브랜드 수는 100개에 이른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인기 스포츠 브랜드에서부터 버그하우스 마무트 쉐펠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두루 갖췄다. 조깅화로 유명한 서코니와 스코너도 들여놓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각 스포츠 영역별로 입문자용과 전문가용을 두루 준비하는 등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매장마다 신발, 아웃도어 의류·용품, 스포츠, 야구, 피트니스 등 6개 존으로 구성해 손쉽게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Leisure&] 아웃도어 편집매장 바람…"내가 원하는 아이템 여기 다 있네"
◆ 웍앤톡, 올레·둘레길… 도보 여행자 천국

웍앤톡(WALK&TALK)은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LS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아웃도어 멀티숍이다. 웍앤톡의 특징은 단순히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도보 여행과 관련된 정보와 제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데 있다.

실제 웍앤톡 매장 한쪽에 마련된 ‘트래커스 라운지’에 들르면 북카페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갈만한 여행장소, 트래킹 코스 등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계획하고 있는 여행의 컨셉트에 맞는 옷과 용품을 현장에서 비교·구입할 수 있는 게 웍앤톡의 강점이라고 LS네트웍스는 설명한다.

웍앤톡 매장은 크게 △성곽길, 산책길, 들길, 산길, 강길 등 한나절 코스 보도여행자를 위한 워킹 존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2~3박 코스 보도여행자를 위한 하이킹 존 △스페인 산티아고, 이탈리아 돌로미테, 네팔 돌포 등 장기간에 걸친 보도여행자를 위한 트레킹 존 △해외여행 및 출장자들을 위한 트래블 존 등으로 나뉘어 각각 목적에 맞게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취급 브랜드 수는 100여개. 신발 브랜드로는 머렐 하이텍 킨 컬럼비아 뉴발란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등이 있다. 의류에선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외에 스웨덴의 신개념 아웃도어 브랜드인 피크 퍼포먼스와 최정상의 기능성 이너웨어 브랜드인 오들로를 들여놓은 게 눈에 띈다. LS네트웍스는 현재 서울 대치동 압구정동 등 4개뿐인 매장 수를 내년까지 14개로 늘릴 계획이다.
[Leisure&] 아웃도어 편집매장 바람…"내가 원하는 아이템 여기 다 있네"
이마트 "아웃도어 가격 거품 빼겠다"

이마트는 최근 문을 연 동구미점(경북 구미)과 대전 터미널점에 아웃도어 편집숍(가칭 스포츠빅텐 아웃도어)을 각각 들여놓았다. 컬럼비아 등 80여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병행 수입 등의 방식으로 들여와 국내 시판가보다 최대 30~40% 싸게 판매하는 편집매장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마트 아웃도어 편집숍의 차별화는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접근성에 있다. 입점 브랜드 수는 80여개. 쉐펠 몬테인 마운틴이큅먼트 도이터 그레고리 레키 페츨 콜맨 트렉스타 캠프라인 코베아 등이 대표 브랜드다. 이 중 컬럼비아는 해외에서 만든 정품을 병행 수입 방식으로 들여와 시중가보다 30~40% 저렴하게 내놓았다. ‘3대 배낭 브랜드’로 꼽히는 그레고리, 오스프리, 도이터와 ‘넘버1 등산 스틱 브랜드’인 레키 제품 등도 시중가보다 10~20% 정도 싼 값에 나왔다. 이들 제품은 이마트가 각 브랜드의 해외 본사나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도매가로 사들인 뒤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판매가를 떨어뜨린 것이다.

뛰어난 접근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각종 식품과 생활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이마트에 들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아웃도어 편집숍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규 출점 점포와 리모델링 점포를 중심으로 스포츠빅텐 아웃도어 매장을 차례차례 들여놓을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로드숍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