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수출 막으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이 자국의 핵개발에 대한 서방의 제재압박이 거세지자 원유수출 항로를 봉쇄하겠다며 역공에 나섰다.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제에서 ‘이란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란국영 IRNA 통신은 28일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부통령 발언을 인용, “이란산 석유에 대한 서방의 금수조치가 시행되면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 소하르 지역과 이란 사이에 있는 바다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이어주는 폭이 좁은 해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생산된 원유 중 3분의 1이 드나드는 길목이다. 총 운송 원유량은 하루 1550만배럴이다. 이는 전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이란 해군은 지난 24일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열흘 일정의 훈련을 시작했다. 라히미 부통령은 “서방이 제재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제재 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해 봉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안보관련 분석업체 스트래트포는 “미 정부가 호르무즈 봉쇄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전운이 돌면서 주요 유가는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1.6% 오른 배럴당 101.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1.21% 오른 배럴당 109.27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이미 리비아 사태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정정불안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석유 수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반응으로 분석된다. 메릴린치는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량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강경책으로 위협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서방세계의 경제제재 압박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은 최근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와 함께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할 경우 미국의 금융사와는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의 이란제재법을 내년 1월2일 발효시킬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내년 1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반격도 거세다. 이란 검찰은 이란계 미국인 아미르 미르제이 헤크마티를 미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이날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1월8일 보고서를 통해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