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맡긴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 규모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은행들이 ECB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다시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유럽은행들이 ECB에 맡긴 초단기 예금 규모는 4118억유로(623조원)로 집계됐다. 23일 3470억유로에서 648억유로가 늘어난 것이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6월의 3843억유로를 웃돈다. ECB가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대출한 자금 상당 부분이 다시 예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ECB는 지난주 423개 유로존 은행에 최장 3년 만기로 4890억유로를 대출했다. 3년 만기 대출금리는 연 1%이고 초단기 예치금 금리는 연 0.25%에 불과하다. 유럽 은행들은 1%의 금리로 빌린 돈을 0.25%의 이자를 받고 예금한 셈이다. ECB의 하루짜리 예금 규모는 10월 말 2000억유로 수준이었으나 이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은행들이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ECB에 돈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유럽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돈을 빌려줬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은행들이 판단한 것이다. 은행 부도 가능성 때문에 은행 간 하루짜리 대출도 거의 끊긴 상태다.

휴 밴 스티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3년 만기 대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