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소니코리아 임직원들과 대화할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7할 정도를 이야기하면 이미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없었던 일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는 15 정도를 이야기하면 7을 이해하고 그것을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언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필자의 경우 사내에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대화하므로 다른 나라에서와 차이점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대화가 잘 통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대의 뜻을 읽으려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고방식과 감성이 닮아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직장 내에서도 대화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어 논의가 잘 진행되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농담도 잘 통해 자리가 흥겨워진다. 게다가 많은 경우 서로의 ‘마음’이 충분히 통하고 있다고 느낀다.
다만 이런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우선 외국인인 나 자신부터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보여주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되, 외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같지만 그 후의 행동과 실천에 있어서는 나라마다 속도, 완벽성, 서로에 대한 배려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런 다름을 알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교제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술과 음식을 같이하며 가끔은 함께 노래 부르는 것 등도 매우 의미 있다고 느낀다. 이것은 일본에서도 있는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반향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매우 즐겁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다름 덕분에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는 크게 공감하고 마음이 잘 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한국은 마음이 통한다는 면에서 내가 부임했던 9개 나라와 잠시나마 경험했던 몇 배로 많은 나라들을 통틀어 단연 최고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알게 되면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다. 이것을 깨닫게 된 것이 첫 번째 에세이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은 내 운명’이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