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500여명에 제2 삶 찾아줬죠"
"중년층 500여명에 제2 삶 찾아줬죠"
지난 22일 찾은 서울 정릉동의 대일관광디자인고등학교. 1학년 7반 교실에는 ‘국제매너’ 과목의 2학기 마지막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강동수 교사(49)는 환하게 웃으며 “여러분, 겨울인데 추워서 목욕하기 싫죠? 목욕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율동을 하면서 오늘 수업을 시작해 볼게요. 따라해 보세요.” 강 교사가 머리를 감고 등을 미는 시늉을 하며 율동을 시작하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한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일일이 한 해 동안 기억에 남는 일과 미래의 꿈을 묻고 난 그가 “언제든지 멘토가 돼줄 테니 꿈을 향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이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강 교사는 “방과 후에는 유머 교실을 찾아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굴해왔다”며 “매일 밤 학교에 빨리 가고 싶은 생각에 잠이 안 올 정도로 행복한 한 학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규 직장이 없는 실직자였다. 2009년 말 20년간 삶의 터전이던 유명 호텔에서 정리해고당한 터였다. 8개월간 정부의 실업자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며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쉰을 바라보는 강 교사를 받아준 곳은 없었다.

강 교사는 “실업 자금은 바닥나고 부모님까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수심이 가득했던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찾게 해준 것은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가 개최한 베이비부머 취업박람회였다. 이 박람회는 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2010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해온 ‘잡투게더’ 캠페인의 하나로 열렸다. 한경과 무협은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일반 기업체에 10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년 인력에게 취업상담, 교육을 진행하고 일자리를 찾아주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호텔 내 CS 강사, 기업 대상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쌓은 강의 경험과 국제적 감각이 강점이었던 강씨는 센터를 통해 학교 면접을 봤고, 교사로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9월부터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창업시니어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중년들에게 창업 지도와 상담을 하고 있는 김윤호 씨(56)도 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 무역회사를 다니다 자영업을 해온 김씨는 “창업 마인드와 경험을 특기로 살리는 일을 하면 잘 맞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고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다”며 “좋아하는 일을 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는 지난해 205명을 취업시킨 데 이어 올해는 목표치의 125%인 510명에게 새 일자리를 찾아줬다.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 사업평가 중 고객만족도 1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취업 성공률을 기록했다.

김영희 센터장은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외환위기를 겪어가며 열심히 살아온 ‘4050세대’들은 은퇴 후 공포감과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알선해 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