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잔인한 연말'…해외 수주계약 줄줄이 깨져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관련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세우고 설비를 주문했던 해외 기업들이 부진한 업황을 이유로 잇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어서다. 대체에너지 산업이 단기간에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계약해지 사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계속되는 태양광·풍력 계약 해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풍력발전 전문기업인 유니슨은 이달 들어서만 해외 기업으로부터 총 3건의 공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경쟁심화에 따른 가격하락과 시장침체로 해외 기업들이 대체에너지 투자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스웨덴의 TW로지스틱스는 유니슨과 맺은 11억4850만원의 풍력발전기 공급계약을 지난 26일 해지했다. TW로지스틱스는 풍력발전에 대한 시장전망이 긍정적이던 2008년 유니슨과 풍력발전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지는 등 시장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투자계획을 수정했다.

중국의 풍력타워 부품업체도 유니슨에 1억1150만달러의 풍력타워용 단조품 공급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홍콩의 골든트리포드젠롱과 체결했던 발전·조선·화학플랜트용 단조품 공급계약도 깨졌다. 골든트리포드젠롱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중국 내 물량확보가 쉽지 않다”고 해지 사유를 설명했다.

웅진에너지도 이달 들어서만 3건의 공급계약 해지 요청을 받았다. 대만의 유니텍 솔라는 웅진에너지와 맺은 238억원의 태양전지용 웨이퍼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해지금액은 웅진에너지 작년 매출액의 14.86%에 해당한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완제품인 태양광셀 판매가 어렵다는 게 계약해지 이유였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40%를 웃돌던 웅진에너지의 조정영업이익률(세전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은 올해 3분기 말 누적기준으로 10%까지 떨어졌다. 작년 말 53.5%와 21.6%에 불과했던 부채비율과 총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02.5%와 42.5%로 뛰었다. 웅진에너지는 제스솔라 및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37억4601만원과 237억4370만원의 공급계약에 대해서도 지난 23일 각각 해지통보를 받았다.

2008년 태양광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엔씨비네트웍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선팩테크와 체결한 36억원의 태양광제조 장비 공급계약이 지난 6일 해지됐다.

◆당분간 계약해지 이어질 듯

올 들어 전 세계 태양광과 풍력 시장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시장의 정책적인 지원이 줄어들어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 하반기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수요심리를 약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기존 시설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신규투자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대체에너지 관련 증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공급계약 해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업황과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들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와 중국 업체들의 급격한 생산능력 확대로 인해 국내외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 사업을 계속할지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