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팔지 못하고 갖고 있는 아파트 용지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리츠가 등장한다. 아파트가 미분양되면 LH가 사주는 조건을 붙여 개발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와 건설사의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 사업을 못하는 건설사 등 사업 참여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LH는 예상했다.

◆첫 LH 주택개발리츠

LH는 ‘주택개발리츠’ 설립을 위한 금융주간사를 내년 1월10일까지 공모한다고 28일 밝혔다. LH가 아파트를 개발하는 리츠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리츠는 현재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2지구 B-8블록 아파트 용지(4만6323㎡)를 785억원에 편입한다. 이곳에 용적률 220%를 적용해 전용면적 60~85㎡ 규모 아파트 926가구를 지어 일반에 분양한다. 아파트 완공 이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을 경우 LH가 전량 매입한다. 매입 가격은 사전에 약정한 금액(감정가격의 80~85%)이다. LH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에도 사업에 참여한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여서 참여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LH는 민락2지구를 시작으로 주택개발리츠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전국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용지다. LH 관계자는 “리츠에 미매각 택지를 팔면 그만큼 개발 재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사업이 활성화되면 택지개발사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 설립과 금융 주선 업무를 수행할 금융주간사로 참여할 수 있는 곳은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금융회사,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 수협 등이다.

◆사업 참여자 모두 만족 가능

LH는 주택개발리츠 도입을 통해 장기 미분양 아파트 용지를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츠로 넘긴 용지에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LH의 고유 임무”라며 “임대주택을 짓는 비용으로 매입하는 만큼 손실 보전 논란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경우 PF에 대한 부담 없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츠 구도에서는 단순 시공 역할만 담당하는 까닭에 토지 매입과 건축에 들어가는 돈을 빌리거나 지급 보증을 서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LH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PF가 사실상 중단돼 있어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건설사가 많다”며 “일거리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들은 위험 부담이 거의 없이 새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성이 주택개발리츠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위험이 제로(0)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면 금융회사가 참여하기 어렵다”며 “LH의 미분양 아파트 용지는 대부분 아파트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곳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LH가 민락2지구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5·6블록)는 10%대의 계약에 그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