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은 28일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계자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곁가지’의 노출을 철저하게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후계에서는 밀려났지만 장남이라는 점에서 영결식 참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끝내 영결식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보고에서 김정남의 북한 입국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후계자 김정은의 배다른 형제로, 김정은이 지난해 9월28일 당대표자회에서 공식 등장한 이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영결식 참석을 위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과 같이 고영희의 소생인 차남 김정철도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영결식까지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김정철은 김정남과 달리 외국으로 떠돌지는 않지만 그 역시 권력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인 김정은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모습이 공개될 경우 주민들 사이에 “형이 있는데 왜 동생이 후계를 상속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평일 주 폴란드 대사도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평일은 계속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일도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유일권력체제에 따른 형제간 반목이 대를 이어 계속되는 모양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