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내년 20억弗 조달
정책금융공사는 내년에 약 20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을 국제금융시장에서 공모 방식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13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50% 정도 늘어난 규모다. 공모 방식으로 외자를 조달하면 규모도 크고 만기도 길어 중·장기로 국내 산업계에 외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사는 특히 외자를 해외 자원개발과 대형 프로젝트 지원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이 같은 내용으로 내년 외화자금 조달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외자 조달 채널을 미국 유럽 일본 위주에서 호주 캐나다 등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다.

◆올해 외화채권 잇달아 발행

정책금융공사, 내년 20억弗 조달
공사는 올해 해외 자본시장에서 세 차례에 걸쳐 외화채권 공모 발행에 성공, 설립 2년 만에 국내 대표적인 외자 조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월엔 미화로 2억1000만달러 상당의 스위스 프랑화본드에 이어 9월엔 만기 2~4년짜리 사무라이본드(300억엔)를 발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지난달 8일엔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 등 주요 자본시장 기관투자가들을 끌어들여 7억5000만달러의 10년물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는 등 시장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이뤄진 글로벌본드 발행에 대해 유로머니 등 유력 해외 언론들은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되는 순간을 적시에 포착했고,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절차를 12시간 내에 끝내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사는 내년에도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주력 조달 기반으로 삼으면서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 본드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3대 자본시장의 하나인 유럽의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달러화 채권 발행에 주력하면서 다른 시장에서도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최봉식 수석이사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지연되고, 북한 정세 변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내년에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11월 글로벌 본드 발행 때도 상황이 어려웠지만 적기에 신속하게 움직이면 내년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아울러 일본정책금융공사(JFC), 중국개발은행(CDB)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 해외 정책금융기관과의 제휴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해외 프로젝트, 자원개발 지원

공사는 설립 이후 지난 2년간 자원개발,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기업, 선박금융 등에 17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지원했다.

한국전력의 호주 유연탄광 인수, 석유공사의 영국 다나 인수, STX에너지의 캐나다 가스전 인수, 석유가스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약 10억달러가 투입됐고 베트 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에서 녹색 및 신성장동력산업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에 2억6500만달러를 공급했다. 국내 해운사에도 4억6300만달러를 지원, 16척의 선박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사는 내년엔 민간 금융회사의 역할이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원탐사 및 개발사업, 에너지기업 및 유망광구 인수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외자를 제공할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 지원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과 같은 국책 금융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험 부담이 높아 민간금융회사가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를 발굴하는 일도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