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9일 'ABCDE로 조망한 2012년 세계 경제 5대 이슈 및 시사점'이란 자료를 통해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내년 세계 경제를 분석했다. 아시아ㆍ태평양(Asia-Pacific) 리스크, 블랙스완(Black Swan), 위기 전이(Contagion), 불황(Depression), 선거(Election) 등이 주요 골자다.

A는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지역이 세계 경제의 버팀목으로 부각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1.9%, 1.1%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중국은 9.0%, 아세안(ASEAN)은 5.5%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사회 안전망 미비와 같은 아태지역의 잠재적 리스크는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B를 나타내는 블랙스완(Black Swan)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의미한다. 미국 금융분석가인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의 책 '블랙스완'에서 유래했다.

기재부는 북한과 이란을 내년 세계 경제의 블랙스완으로 꼽았다.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후계자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가 한반도 정세와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미 의회는 최근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전 세계 기업과 금융회사는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제재법안을 가결했다.

이란 제재로 중동정세가 악화하면 석유 수급이 악화되고 우너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기재부는 판단했다.

C는 위기의 전이(Contagion)를 나타낸다.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벨기에의 국가신용등급이 최근 강등됐고, 프랑스 역시 조만간 강등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집중돼 유로존 위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 대부자로서 역할 수행 등과 같은 소위 '크고, 과감하고, 빠른(Big, Bold, QuickㆍBBQ)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불황(Depression)의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럽은 경기침체에 빠졌고, 미국과 일본은 저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확산하면 수출 둔화로 고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더욱이 선진국과 신흥국간 환율 갈등과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하면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면 세계 교역이 크게 위축될 우려도 있다.

기재부는 선진국의 높은 실업률에 따른 제한된 소비 여력,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보호무역조치 등을 세계 경제 침체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각국에서 치러지는 선거(Election)도 세계경제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4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선거가 예정돼 있고, 우리나라 역시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

기재부는 선진국 대 신흥국, 유럽연합 대 비유럽연합, 유로존 대 비유로존간 갈등으로 재정위기 해법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각국 정권의 교체는 국제 공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모두 교체될 수 있음에 따라 중국 위안화를 둘러싼 대립이 심화할 수 있다. 통상 미국 대선 시기에는 위안화 절상 요구가 강화되곤 했다.

프랑스의 정권 교체 여부도 유로 문제 해결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권이 교체되면 프랑스의 긴축재정 프로그램이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신흥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해 유망 신흥시장과의 경제협력과 진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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