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4일.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의사부인이 집안 화장실 욕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병원 전공의인 남편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유명 대학 출신 의사가 연루된 데다 욕조에서 발견된 시체,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사 등 여러 상황이 1995년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1995년 당시 사건에선 ‘사망 시각’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당시는 과학수사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초동수사 당시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손톱을 잘라두지 않았고, 욕조에 담긴 물의 온도를 정확히 재지 않는 등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여기에 더해 피고 측에서 외국 법의학자를 내세워 “시신 상태로 사망시각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증언을 이끌어낸 것은 무죄 판결의 결정타가 되었다. 결국 ‘욕조에 담겨 있던 시체의 사후경과시간을 알기 위한 체온의 하강에 관한 자료가 부족해’ 이 사건에서 죽음의 ‘언제’에 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용의자는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로부터 16년 후 벌어진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의 경우 ‘살해 방법’이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사건의 용의자인 의사 남편 역시 외국 법의학자를 국내로 불러들여 검찰 기소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에서는 ‘한국․캐나다 법의학자 10시간 법정 불꽃 공방’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마이클 폴라넨 캐나다 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은 “이상 자세에 의한 질식사(사고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선명한 부검사진을 본 뒤에는 “액사(목눌림에 의한 질식사, 타살)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 외에도 여러 증거물과 부검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과학수사를 통해 사건 정황이 뚜렷이 증명되면서 결국 용의자는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마치 데자부처럼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이 두 사건의 결과가 이처럼 다른 이유가 뭘까. 이는 16년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 한국의 과학수사 덕분임에 틀림없다. 일선 경찰들은 과학수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익혀 현장 보존 및 증거 수집에 익숙해졌으며, 검시관, 법의관 등을 비롯한 법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증거물 분석 능력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단적인 예로,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은 이미 선진화된 한국 과학수사를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CSI'를 포함한 과학수사물이 범람하면서 과학수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폭과 함께 현실 왜곡 및 과대포장이라는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기법이 자주 노출되면서 범죄자에게 법망을 피해갈 ‘힌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로 과학수사의 막강한 힘이 홍보되면서 범죄 욕구 자체를 억누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대 법과학의 아버지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고 했다. 범죄라는 게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과 사람의 접촉(직접, 간접을 포함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 만큼 ‘흔적 없는 완전한 범죄’는 결코 있을 수 없다.
표창원 교수와 과학수사 전문가 유제설 교수가 '한국의 CSI'를 발간해 범죄사례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공개했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무심코 그냥 지나쳐 버릴 만큼 미세한, 또는 가려진 흔적들, 이속에 범죄의 본질이 숨어있다.
현장 감식, 지문, DNA, 혈흔 형태, 미세 증거, 검시, 화재 감식 등 다양한 과학수사의 영역 속에서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해 일하고 있을까? 한국형 과학수사의 모든 것을 담아낸 '한국의 CSI'는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사진 자료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답을 찾고 있다. 또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하여, 과학수사 미비로 인해 미궁 속으로 빠졌던 유명 미제 사건들의 뒤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분석했다. 저자들은 집필과정에서, 정확성을 기하고 세계의 과학수사 수준을 기준으로 삼기 위해 확보 가능한 모든 자료와 저작물을 검토 분석했으며, 미국 뉴헤이븐 대학의 헨리 리 박사를 비롯한 저명한 과학수사 전문가들과 심도 높은 논의를 거치기도 했다.
드라마 CSI vs 현실 속 CSI
드라마 속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과학수사,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책속에 담긴 풍부한 자료사진과 디테일한 설명을 통해 드라마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사건 현장의 이모저모를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국내외 과학수사의 진면모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다.
단서 하나하나가 각각의 단편 추리소설만큼이나 치밀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평소 과학수사에 관심이 없던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실제 현장에서 활동 중인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건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사실 드라마 속 CSI와 달리 현실 속에서 탐문수사를 하고 범인을 추적․검거하는 역할은 일선 형사들의 몫이다. 드라마처럼 수사 과정 모두를 맡아 처리하기엔 각 분야별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현장 감식, 지문, DNA, 혈흔 형태, 미세 증거, 검시, 화재 감식 등 모두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수사’를 통해 형사들을 지원하는 현장 과학수사 요원과 실험실 법과학 전문가들을 ‘CSI’로 정의하고, 그 세부 분야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오 제이 심슨 사건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 촉망 받는 생명공학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문 감식 전문가로 탈바꿈한 임승 검시관, 안정된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남자들도 손사래 치는 사건 현장 업무에 뛰어든 이현정 검시관 등 과학수사계의 ‘스타’들을 망라한다.
이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사례와 다양한 정보들은 CSI 요원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표창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파일러이자 경찰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을 책임질 경찰관들을 양성하고 있다. 경찰청 강력범죄 분석팀 자문위원, 미제사건 분석 자문위원, 수사보안연구소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 아시아경찰학회 총무이사 및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제설
경찰대학을 졸업한 후 10여 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고, 일선 수사팀장으로 업무도 담당했다.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로 과학수사와 강력범죄 수사, 지능범죄 수사를 강의하고 있다. 현장 감식, 지문, 미세 증거, 혈흔 형태 분석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모임(working group)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순천향대학교 법과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고 71차례에 걸쳐 2300만원의 휴일특근수당을 챙긴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말에 재택했다는 직원의 강변에 대해서는 법원은 "회사의 승인을 받은 정식 재택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년 4개월 동안 휴일근무수당 2300만원 허위 청구...적발되자 "재택했다"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2월 현대제철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1987년 현대제철에 입사해 공장 수출제품 출하 업무 관리자로 일해온 직원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총 71회에 걸쳐 출근도 하지 않았으면서 2300여만원의 허위 휴일특근 수당을 받아 사실이 적발됐다. 허위 청구한 근무시간은 629시간에 달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직원이고 다른 상급자의 관리·감독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결국 회사는 2022년 4월 인사위를 개최해 A에 대해 '면직'을 의결했다. 하지만 A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이후 중앙노동위가 '부당해고'로 판정내리자 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A씨는 실제로는 자신이 재택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일마다 집에서 약 2시간 분량 업무를 했다"며 "회사 전산시스템상 4시간 이하 특근은 신청할 수 없게 해서 휴일 업무시간을 모아 특근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회사 시스템 탓에 허위로 주장했다는 지적이다. 되레 "2300만원도 전액 반환했으니 회사가 A의 제공한 주말 노무의 대가만큼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전남 여수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와 관련 "가용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최우선으로 인명을 구조하고 실종자 파악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최 대행은 이날 행안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에 이같이 지시했다. 또 해수부 장관, 국방부 장관, 전남도지사에 해상구조에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적극 지원하여 현장 구조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당부했다.최 대행은 현지 해상기상을 고려,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라고도 지시했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km 해상에서 130t급 대형 트롤 선박 A호(승선원 14명)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함께 이동하던 선단 어선 측에서 신고했다. 배에는 한국인 8명, 외국인 6명 등 모두 14명이 타고 있었다.여수해양경찰서는 가용 세력을 현장에 출동시켜 같은 선단 소속 어선들과 함께 한국인 3명·외국인 4명 등 7명을 구조했으나 7명 중 3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숨진 3명은 구명뗏목을 타고 표류한 선장 A(66)씨,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바닷물 위에 떠 있다가 발견된 한국인 B(66)씨와 C(60)씨 등이다.해경은 "배 안에 선원이 있었다"는 생존 선원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된 7명(한국인 5명·외국인 2명)을 구조하기 위해 해상·수중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전남 여수 하백도 인근 해역에서 139t급 대형 트롤(저인망) 어선 제22서경호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22서경호에는 총 14명(한국인 8명·외국인 6명)이 타고 있었고, 구조자 7명 중 3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해경은 실종 선원 7명 구조를 위해 수중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9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km 해상에서 130t급 대형 트롤 선박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함께 이동하던 선단 어선 측에서 신고했다.여수해양경찰서는 가용 세력을 현장에 출동시켜 같은 선단 소속 어선들과 함께 한국인 3명·외국인 4명 등 7명을 구조했으나 7명 중 3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들 중 5명은 구명 뗏목에 탑승한 상태로 구조됐다.숨진 3명은 구명뗏목을 타고 표류한 선장 A씨(66),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바닷물 위에 떠 있다가 발견된 한국인 B씨(66)와 C씨(60) 등이다. 해경은 이들을 함정으로 구조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활동을 벌였다.생존 선원은 "기상 악화로 침몰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제22서경호는 부산선적으로 탑승자 14명 중 8명은 한국인, 6명은 외국인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여수해경 측은 "사고 선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승선원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