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갈등 키운 '리모델링 포퓰리즘'
“수평증축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한 단지여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주민) “별개 동을 지으려면 관리사무소나 테니스장을 헐어야 한다는데, 사업이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주민)

수평·별동 증축과 10% 범위 내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리모델링 관련 법안(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이후 분당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대표단지 두 곳의 주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용적률이 101%에 불과한 데다, 동간 거리가 넓고 중소형 아파트(67~80㎡)인 매화마을1단지는 환영 분위기다. 반면 중형 평형이 많고 용적률이 170%인 한솔마을5단지 주민들은 불만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주민 평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리모델링 때 확대 가능한 넓이를 전용면적 85㎡ 이하에만 기존보다 10% 포인트 많은 40%를 주기로 해서다. 같은 단지 주민들의 상반된 생각은 리모델링을 지연시키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마련됐다. 국토해양부는 구조 안전성 및 재건축 단지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현행처럼 수평증축만 허용하기로 했다. 반면 분당 일산 등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많은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관련법 개정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내년 총선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정치권은 정부를 압박해 결국 별동 증축 및 일반분양 허용이라는 개정안을 얻어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구조 안전에 치명적인 수직증축까지 허용할까 두려워 정부가 수정안을 내놨다”고 털어놨다.

실생활과 밀접하고 재산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은 보편 타당성을 가져야 생명력이 있다. 특정 도시, 특정 단지, 특정 평형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야 좋은 법안이다. 편중된 혜택을 주는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준법 정신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은 “박탈감만 주고 주민 간에 싸움을 부추기는 형태라면 일반분양을 못해도 좋으니 기존법을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표를 의식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정치권,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후유증이 예상되는 개정안을 마련한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박한신 건설부동산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