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21세기의 메디치'는 진정한 콜렉터인가 투기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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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콜렉터 사치
리타 해튼 외 지음
조명계 옮김
북치는마을
404쪽 │ 1만5000원
리타 해튼 외 지음
조명계 옮김
북치는마을
404쪽 │ 1만5000원
영국의 찰스 사치는 세계 광고업계 거물이자 미술계 큰손이다. ‘21세기의 메디치’로 불릴 정도다. 그는 매년 200만달러 이상을 미술 시장에 쏟아부으며 화가를 스타로 키우고, 트렌드를 만들거나 깨뜨린다. 광고인 사치는 최신 미술사조와 예술가에 대한 최고의 광고 그 자체가 됐다. 2010년 부자 목록에서 그의 동생 모리스와 함께 소유하고 있는 사치의 자산은 약 1억2500만파운드. 이런 그를 존경하고 옹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비판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슈퍼콜렉터 사치》는 사치가 광고계에서 부를 일궈 미술계의 큰손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런 그를 바라보는 사회주의자와 반자본주의자들의 비판도 수록했다. 광고계에서의 사치의 역할에 대한 폐단, 슈퍼콜렉터로서의 지위 격상, 그것이 문화와 관련된 생산분야에 끼치는 해악 등을 고루 들여다봤다. 이로써 허영심 가득한 미술시장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슈퍼콜렉터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국제적인 규모의 가업이다. 미술관을 세우고 이를 운영할 큐레이터를 고용하며 그들이 감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격을 올리고 내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치는 그 중에서도 최고다. 그는 공통점이 없는 미술품들을 수집하는 ‘잡식성’ 콜렉터다. 자신의 콜렉션과 갤러리를 국공립 미술 콜렉션과 미술관의 라이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미술 콜렉션과 미술관의 임무는 큐레이터의 개인적 선호를 배제한 채 주요 미술 흐름 내의 대표적인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공립 미술관이 유명화가 슈나벨의 작품을 단지 몇점 갖고 있다면 사치는 27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사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군에 ‘구멍’을 발견하면 구입해 메운다. 앤디 워홀의 작품 15점, 리처드 아츠와거 19점, 루카스 사마라스 27점, 신디 셔먼 40점, 폴라 레고 47점 등이다.
현대미술 사조에서 거론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량 구입하는 사치의 습관에 대해 진정한 콜렉터라기보다는 투기꾼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방가르드 화가인 산드로 키아의 작품을 매매한 사례가 일례다. 사치는 키아가 데뷔한 직후 그의 작품 6점을 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처분했다. 이로써 상당한 수익을 거뒀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슈퍼콜렉터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국제적인 규모의 가업이다. 미술관을 세우고 이를 운영할 큐레이터를 고용하며 그들이 감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격을 올리고 내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치는 그 중에서도 최고다. 그는 공통점이 없는 미술품들을 수집하는 ‘잡식성’ 콜렉터다. 자신의 콜렉션과 갤러리를 국공립 미술 콜렉션과 미술관의 라이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미술 콜렉션과 미술관의 임무는 큐레이터의 개인적 선호를 배제한 채 주요 미술 흐름 내의 대표적인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공립 미술관이 유명화가 슈나벨의 작품을 단지 몇점 갖고 있다면 사치는 27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사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군에 ‘구멍’을 발견하면 구입해 메운다. 앤디 워홀의 작품 15점, 리처드 아츠와거 19점, 루카스 사마라스 27점, 신디 셔먼 40점, 폴라 레고 47점 등이다.
현대미술 사조에서 거론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량 구입하는 사치의 습관에 대해 진정한 콜렉터라기보다는 투기꾼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방가르드 화가인 산드로 키아의 작품을 매매한 사례가 일례다. 사치는 키아가 데뷔한 직후 그의 작품 6점을 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처분했다. 이로써 상당한 수익을 거뒀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