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기록 경신 잇따라
기상이변의 시작은 겨울철 한파였다.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1월31일까지 전국에선 39일이라는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장 기간의 한파가 이어졌다. 부산은 1915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낮은 영하 12.5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는 북극진동 현상 때문이었다.
지난 7월 말 중부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는 서울 등 대도시의 수방(水防)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100년 만의 집중호우는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숨지는 참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 7월27일 관악구엔 시간당 110.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7월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587.5㎜로 1908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대였다. 또 전국 기준으로 보더라도 올 여름철(6~8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치(725.7㎜)를 훨씬 웃도는 1048.1㎜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 집계가 시작된 1973년 이래 최대치다.
늦가을인 지난달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됐다. 서울은 지난달 5일 낮 최고기온이 25.9도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11월 평균기온도 11도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면서 올해처럼 날씨를 예보하기 힘든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관들 사이에선 올해 같은 기상이변이 계속될 경우 최근 30년 기준 평년치에 근거한 날씨 예보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잦은 기상이변은 지난해에도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 ‘눈폭탄’ ‘물폭탄’이 계속되면서 각종 기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엔 스콜성 강우가 자주 내리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반면 겨울철엔 폭설과 한파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사계절 내내 기상이변이 계속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최근 들어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김광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산업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따라 지표면과 하층대기 사이의 에너지 교환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