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 "삶은 왜 고달픈가…神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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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질문
차동엽 지음
명진출판
368쪽 │ 1만6000원
차동엽 지음
명진출판
368쪽 │ 1만6000원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이 인간을 사랑햇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약대(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이병철 삼성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나기 전 서울 절두산성당의 박희봉 신부(1988년 작고)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질문서를 보냈다. 이 회장의 구술을 필경사가 받아 적은 질문은 모두 24개. 신의 존재와 창조론부터 과학과 종교, 종말론까지 다양했다.
박 신부는 질문서를 가톨릭대 교수였던 정의채 몬시뇰(86)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답을 듣지 못했다. 정 몬시뇰과 만나기로 약속이 잡힌 상태에서 이 회장이 갑자기 별세한 탓이다.
《잊혀진 질문》은 이에 대한 24년 만의 대답이다. 정 몬시뇰의 제자인 차동엽 신부가 해결사로 나섰다.
차 신부는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1년에 600회 이상 강연을 다니는 ‘희망 멘토’다. 그는 이 회장의 질문을 근본적인 물음 15가지와 여기서 파생된 물음 11가지로 나눴다. 그리고 자신의 신학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빈칸을 채웠다.
첫 번째 질문. 한 번 태어난 인생,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할까. 차 신부는 “고통은 신의 조화가 아니라 철저히 자연현상인데도 사람들은 그 책임을 신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데 익숙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또한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묻게 해준다”며 “고통의 의미를 깨닫는 날 우리는 고통에서 도망치려 하기보다 오히려 고통을 동경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 부자는 악인일까. 차 신부에 따르면 부자는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부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선택 앞에 설 수밖에 없으므로 부자가 선인 축에 속할지, 악인 축에 속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렸다. 나눌 줄 아는 부자, 존경받는 부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부는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할 기회”라고 차 신부는 말한다.
악한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례는 뭔가.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신이 있다면 왜 이런 불공정이 용납될 수 있는가. “신은 적어도 현세에서는 벌을 주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차 신부의 답이다. 신의 상선벌악(賞善罰惡)은 사후 또는 종말 때 이뤄진다고 보는 게 정설이며 현세에서는 중간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죄인이나 악인에게 회개 또는 회심의 기회를 주기 위한 신의 자비가 바로 그 답답한 침묵의 이유라고 차 신부는 설명한다.
또 “악인 중에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자가 많다면 한국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는 뜻이며 이를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주체는 하느님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병철 삼성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나기 전 서울 절두산성당의 박희봉 신부(1988년 작고)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질문서를 보냈다. 이 회장의 구술을 필경사가 받아 적은 질문은 모두 24개. 신의 존재와 창조론부터 과학과 종교, 종말론까지 다양했다.
박 신부는 질문서를 가톨릭대 교수였던 정의채 몬시뇰(86)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답을 듣지 못했다. 정 몬시뇰과 만나기로 약속이 잡힌 상태에서 이 회장이 갑자기 별세한 탓이다.
《잊혀진 질문》은 이에 대한 24년 만의 대답이다. 정 몬시뇰의 제자인 차동엽 신부가 해결사로 나섰다.
차 신부는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1년에 600회 이상 강연을 다니는 ‘희망 멘토’다. 그는 이 회장의 질문을 근본적인 물음 15가지와 여기서 파생된 물음 11가지로 나눴다. 그리고 자신의 신학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빈칸을 채웠다.
첫 번째 질문. 한 번 태어난 인생,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할까. 차 신부는 “고통은 신의 조화가 아니라 철저히 자연현상인데도 사람들은 그 책임을 신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데 익숙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또한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묻게 해준다”며 “고통의 의미를 깨닫는 날 우리는 고통에서 도망치려 하기보다 오히려 고통을 동경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 부자는 악인일까. 차 신부에 따르면 부자는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부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선택 앞에 설 수밖에 없으므로 부자가 선인 축에 속할지, 악인 축에 속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렸다. 나눌 줄 아는 부자, 존경받는 부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부는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할 기회”라고 차 신부는 말한다.
악한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례는 뭔가.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신이 있다면 왜 이런 불공정이 용납될 수 있는가. “신은 적어도 현세에서는 벌을 주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차 신부의 답이다. 신의 상선벌악(賞善罰惡)은 사후 또는 종말 때 이뤄진다고 보는 게 정설이며 현세에서는 중간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죄인이나 악인에게 회개 또는 회심의 기회를 주기 위한 신의 자비가 바로 그 답답한 침묵의 이유라고 차 신부는 설명한다.
또 “악인 중에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자가 많다면 한국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는 뜻이며 이를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주체는 하느님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