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출간됐을 때만 해도 우주는 로맨틱한 상상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중들의 가슴 속에 그곳은 여전히 옥토끼가 뛰어노는 신화적 공간이었다. 천문학자들은 정색을 하며 인구 폭발과 자원 고갈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주개발의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한편에선 비현실적인 사업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는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인구 및 자원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주가 가장 유력한 대안 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먼저 우주의 생김새를 파악해야 했다. 허블망원경만으론 부족했다. 집단 전파망원경이 대안이었다. 100만의 대지에 80개의 접시안테나를 설치, 우주 공간을 떠도는 전파를 채집하는 원리다. 국제공모로 대상지를 선정하는 이 야심찬 계획(SKA 프로젝트)에서 남아공(케이프타운)이 호주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검은 대륙이 우주를 향해 열린 지구촌의 눈이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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