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료산업이 '고용 효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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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창출 탁월 검증돼
왜곡된 사회적 인식·규제 걸림돌
산업활성화 방안 마련 힘 모아야"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객원논설위원 >
왜곡된 사회적 인식·규제 걸림돌
산업활성화 방안 마련 힘 모아야"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객원논설위원 >
올해에 이어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도 ‘일자리 창출’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의료기관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일산, 상계, 부산, 해운대에 다섯 개 대학병원을 두고 있는 인제대백병원은 75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이 간호사이고, 4분의 1이 의사, 나머지가 의료기사, 약사, 행정직원 등 우리 사회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일자리 대부분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일 뿐만 아니라, 다섯 개 병원 모두 학교법인 소속이라 20년 이상 근무하면 사학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정말 ‘신이 숨겨 놓은 직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의료매출은 다섯 개 병원 다 합쳐 8000억원이 채 안 돼 종업원 1인당 수익은 1억원이 될까말까 할 정도이니, 인건비 비중이 무려 50%를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 급여를 주고 나면 적자일 때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언젠가 달랑 직원 200명이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 회사에서, 그것도 많다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종업원 수를 줄이겠다는 말을 듣고 씁쓸했던 적도 있다. 기업이 존속하려면 못해도 종업원 1인당 3억원의 매출은 올려야 가능하다고도 한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은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 숫자에 의해 구분된다. 직원이 300명이 채 안되면 중소기업이고, 1000명 이내로 고용하고 있으면 중견기업, 1000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직원 1000명에 가족까지 3000~4000명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야 대기업의 자격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창출이 기업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고용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접은 어떠할까? 얼마 전 내년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건강보험수가가 물가인상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1.7% 인상으로 결정되자, 시민단체들은 이마저도 국민 기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상장비 보험수가 인하와 감기를 비롯한 경증 질환 환자가 종합병원을 방문하면 본인부담금을 더 받겠다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온 임의비급여 불법 간주 등 트리플 악재를 비롯해, 의료기관을 도둑 취급하는 각종 전봇대 규제에 둘러싸여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삼성의료원은 의료원장을 의사가 아닌 ‘삼성맨’으로 바꾸고 치과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과들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기업의 프레임으로 보자면 의료기관은 명분만 그럴 듯할 뿐,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익도 형편없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이 일상어가 되면서 “이제 제조업으로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서비스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들을 높이지만 정작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산업화’에 이르면 누구도 말문을 닫는다. 새해에는 ‘고용’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의료산업 활성화에 힘을 모으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