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의 100만160원 기부…세상 밝히다
“100억원보다 더 귀한 100만원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사입니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

29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선 인천 만석동의 쪽방촌 주민, 노숙인, 무료급식소 이용 노인들의 성금 전달식 행사가 열렸다. 평소 전달 행사엔 기부액수가 적힌 팻말만을 전달하기 마련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쪽방촌 주민들은 황금색 돼지 저금통을 모금회에 직접 전달했다. 저금통엔 100원짜리 동전과 꼬깃꼬깃 접힌 1000원짜리 지폐로 가득한 총 100만160원의 성금이 담겨 있었다.

쪽방촌 주민들은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문구류 제품 포장 등의 작업을 하는 자활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종일 샤프연필과 지우개 포장을 하면서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평균 10만원 정도다.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쪽방촌 주민들이 기부에 나선 건 2008년. “우리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주민들이 앞장서 자발적인 사랑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2008년 성금 87만1610원을 기부한 후 올해까지 4년 연속 100만원가량의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향자 씨(69)는 “우리도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만원의 월급을 받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기부는 어떤 의미일까. 김명광 씨(71)는 “(우리의 성금액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며 “내 손으로 직접 번 돈을 우리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분들께 드리기에 더욱 기쁘다”고 털어놨다.

인천 ‘내일을 여는집’ 쪽방상담소의 박종숙 소장은 “쪽방촌에 모금함을 설치하면 100원짜리 동전부터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를 내미는 주민들이 많아 길게 줄을 설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유도섭 씨는 “한때 좌절했던 우리들에게 따뜻한 밥과 직장도 준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어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이기매 씨(68)는 “쪽방촌 모금기간이 짧아 기부를 못한 채 발길을 돌린 주민들이나 노숙자들이 적지 않다”며 “내년부터는 더 많은 지역에서 모금행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얼굴엔 세월의 무게만큼 주름살로 가득하고, 손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었지만 성금을 전달하고 방을 나서는 이들의 뒷모습은 천사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