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2010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들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14조1350억원으로 전체 건보 진료비의 32.4%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 비중이 10.2%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이 나머지 연령층에 비해 진료비를 세 배나 더 쓰고 있는 것이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해 건보 전체 진료비 증가율은 10.9%였지만 노인진료비 증가율은 13.8%나 됐다. 물론 노인들의 진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나빠지고, 병원을 찾을 일이 많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건보 재정이 도무지 당해낼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의료비가 늘어나도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지출액만큼 보험료를 더 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보험료율을 올릴 수 있는 것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는 것이 고민이다. 2005년 소득 대비 4.31%였던 보험료율은 지난해에는 5.33%까지 높아졌지만 1조3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올해는 5.64%로 올려 다소 나아지는 듯 싶었지만, 7월부터는 다시 적자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건보 보장범위 확대를 추진할 태세여서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이면 노인인구의 비중이 15%를 넘게 되고 이에 따라 2018년이면 건강보험 재정 소요액이 지금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30년이면 건보 재정 적자가 6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건보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넘쳐난다.

노인들의 병원 출입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노인들의 의료쇼핑이나 병원의 과잉진료 및 의료비 과다청구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한계다. 이런 점에서 포괄수가제 확대나 총액계약제 도입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근본적인 건보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고령화 시대를 버텨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