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어령 前 장관 "詩·소설처럼 읽히도록 성경 쉽게 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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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쓴 이어령 前 장관
빵·비둘기 등 대표적 키워드로 난공불락의 텍스트 재해석
빵·비둘기 등 대표적 키워드로 난공불락의 텍스트 재해석
“신학(神學)에서 ‘ㄴ’ 받침 하나만 빼면 시학(詩學)이 되지 않습니까. 시나 소설을 읽듯이 성경을 읽으면 어렵던 말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풍요로운 시학의 성찬이 열릴 겁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7)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성서에 대해 문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최근 펴낸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열림원, 340쪽, 1만7000원)에서 새로운 방식의 성경 읽기를 제시한 것. “국문학자로 50년 가까이 언어를 다룬 지식을 가지고 성서를 다른 관점에서 읽어보고 싶었어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4년 전 CTS기독교TV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100여권 가까이 책을 썼지만 TV 강연을 책으로 내기는 처음이에요. 말은 뱉으면 없어지는데 강연 내용이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그래서 (책으로) 거둬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전 장관이 성경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2007년 7월 개신교로 귀의한 후 지난해 3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당시 온누리교회 등이 일본에서 개최한 문화선교집회 ‘러브 소나타’ 행사 때 하용조 목사(작고)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민아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등을 겪으며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책에서 성경 속 상징을 키워드로 삼아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는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와 플롯 등을 집어내 해석하는 방식이다. 마태복음 4장 4절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구절이 대표적. “영어 성경은 ‘빵’(bread)으로 기록돼 있지만 한국 성경은 ‘떡’으로 번역했습니다. 빵을 떡으로 번역한 것은 제유법이라는 수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류입니다.”
그는 “주기도문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구절의 영어 원문은 ‘일용할 빵(daily bread)’으로 돼있다”며 “성경에서 빵은 이렇게 양식 전체 혹은 더 확장하면 의식주의 모든 물질적 생활을 상징하는 제유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빵처럼 식탁 위에 매일 오르는 음식물을 명절 잔칫날에나 먹는 떡으로 옮기면 제유적 의미가 사라지고, 성경의 수사 구조 전체가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의 언어를 번역할 때 그 문화의 이미지와 형식, 의미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성경도 번역된 겁니다. 성경을 읽을 때 이런 수사학적 독법과 함께 문화와 생활양식을 이해하면 성경의 진리를 더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는 빵 외에도 눈물, 새와 꽃, 아버지, 탕자, 낙타, 제비, 비둘기, 독수리, 지팡이, 십자가 등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통해 성경 읽기와 해석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강의를 하듯 흥미롭게 설명해 소설에 버금가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 전 장관은 성서의 내용을 시로 표현하고 김병종 화백의 그림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성경은 높은 예술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학적으로 접근하니까 생생한 맛을 잃게 되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아요. 종교를 떠나 텍스트의 보고인 성경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도록 길잡이가 됐으면 합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7)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성서에 대해 문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최근 펴낸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열림원, 340쪽, 1만7000원)에서 새로운 방식의 성경 읽기를 제시한 것. “국문학자로 50년 가까이 언어를 다룬 지식을 가지고 성서를 다른 관점에서 읽어보고 싶었어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4년 전 CTS기독교TV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100여권 가까이 책을 썼지만 TV 강연을 책으로 내기는 처음이에요. 말은 뱉으면 없어지는데 강연 내용이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그래서 (책으로) 거둬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전 장관이 성경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2007년 7월 개신교로 귀의한 후 지난해 3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당시 온누리교회 등이 일본에서 개최한 문화선교집회 ‘러브 소나타’ 행사 때 하용조 목사(작고)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민아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등을 겪으며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책에서 성경 속 상징을 키워드로 삼아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는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와 플롯 등을 집어내 해석하는 방식이다. 마태복음 4장 4절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구절이 대표적. “영어 성경은 ‘빵’(bread)으로 기록돼 있지만 한국 성경은 ‘떡’으로 번역했습니다. 빵을 떡으로 번역한 것은 제유법이라는 수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류입니다.”
그는 “주기도문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구절의 영어 원문은 ‘일용할 빵(daily bread)’으로 돼있다”며 “성경에서 빵은 이렇게 양식 전체 혹은 더 확장하면 의식주의 모든 물질적 생활을 상징하는 제유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빵처럼 식탁 위에 매일 오르는 음식물을 명절 잔칫날에나 먹는 떡으로 옮기면 제유적 의미가 사라지고, 성경의 수사 구조 전체가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의 언어를 번역할 때 그 문화의 이미지와 형식, 의미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성경도 번역된 겁니다. 성경을 읽을 때 이런 수사학적 독법과 함께 문화와 생활양식을 이해하면 성경의 진리를 더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는 빵 외에도 눈물, 새와 꽃, 아버지, 탕자, 낙타, 제비, 비둘기, 독수리, 지팡이, 십자가 등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통해 성경 읽기와 해석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강의를 하듯 흥미롭게 설명해 소설에 버금가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 전 장관은 성서의 내용을 시로 표현하고 김병종 화백의 그림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성경은 높은 예술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학적으로 접근하니까 생생한 맛을 잃게 되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아요. 종교를 떠나 텍스트의 보고인 성경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도록 길잡이가 됐으면 합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