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외부 행사에 참석했던 A증권사 임원은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상했다. A증권사의 자기자본이나 매출(영업수익) 규모가 훨씬 큰데도 같은 직책의 미래에셋 임원 자리는 연단 위, 자신은 단상 밑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그는 “내 직함은 본부장인데 비해 해당 미래에셋의 임원은 ‘대표’ 직함을 쓰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바깥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직함을 올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 미래에셋발(發) ‘직함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26일 정상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미래에셋의 부회장은 5명으로 늘었다. 대우, 삼성 등 다른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직함인 ‘사장’보다 높은 자리가 6개 생겨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안에는 홀세일(기관영업), 리테일(소매금융), 투자금융, 금융서비스 등 각 사업부를 나눠 맡는 5명의 대표가 있다. CEO가 아니면 대표 직함을 좀처럼 붙이지 않는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함이 높다 보니 영업 등에서 미래에셋이 누리는 프리미엄이 있다”며 “해당 사업부문 임원들의 직함도 미래에셋에 맞춰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