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폐지 추진…휴대폰 요금 부가세 낮춘다"
온라인 사이트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일명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포함해 현행 인터넷 정책이 전면 손질된다. 또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휴대폰 요금에 붙는 부가세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MVNO)에 대해 번호이동성제를 도입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MVNO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새해 중점 추진사항을 보고했다.

◆웹사이트,주민번호 전면 폐기

방통위는 인터넷상의 본인확인제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해 ‘폐지’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폐지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본인확인제는 2007년 7월 악성 댓글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했으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본인확인이 필요 없는 외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방통위는 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을 고쳐 주민등록번호 사용관행을 고치기로 했다.

하루 방문자 1만명 이상 웹사이트에 대해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2013년부터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하기로 한 것. 2014년부터는 주민번호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MVNO에도 번호이동성제 도입

방통위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휴대폰 요금에 붙는 10%의 부가세 율을 낮추기로 했다. 비율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통신 서비스가 계속 확대되면서 요금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방통위가 중심이 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부담 완화 방법을 스마트하게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통위는 또 통신사업자의 단말기 사양을 공개해 MVNO가 단말기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내년 중반께 번호이동성제를 도입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 사업자를 MVNO로 바꿀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휴대폰 유통 구조도 혁신하기로 했다. 분실·도난 단말기만 사용하지 못하게 이동통신사에 등록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굳이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단말기를 구입해 개통하지 않아도 된다.

제조사 대리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 단말기를 구입해 유심(USIM)만 바꿔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7대 스마트 신산업 육성

방통위는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7대 스마트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7대 스마트 신산업은 스마트TV,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인터넷, 근접무선통신(NFC), T-커머스(TV 전자상거래), 3DTV, 위치기반 서비스(LBS) 등이다. 3DTV의 경우 내년 중 정규 방송의 주파수와 설비를 활용해 전국 시범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 지원대상을 취약계층에서 아날로그 직접수신 일반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34만가구에서 97만가구로 늘어난다. 저소득층에는 디지털 TV 구매보조금이나 디지털 컨버터를 지급하고, 일반가구에는 디지털 컨버터를 대여하거나 안테나 설치비 일부를 지원한다. 노인·장애인 가구에는 컨버터·안테나 설치비를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방통위는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16개 정책 성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점 만점에 5.02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통위 출범 후 4년간 방송통신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향후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로 스마트폰 대중화(6.1점)를 제외하곤 5점대와 4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가계통신비 인하’(4.2점)였고, ‘통신사업자의 마케팅 억제’와 ‘사이버 공격 예방 및 대응능력 강화’도 각각 4.5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올해 방통위의 전반적인 정책이 ‘낙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방통위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보통(5점)을 기준으로 5점 미만이 5개, 5점 이상이 11개였다”며 “평균점 이상의 결과”라고 해명했다.

강영연/차병석 기자 yykang@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