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청춘 콘서트'
안철수, 유력 대선주자로
MB 정부는 '不通' 쓴맛
안철수 열풍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올해 한국사회를 관통한 화두는 소통이었다. 소통하면 살아남고, 소통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소통하는 리더십’의 위력을 보여줬다. 그는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열었다. 청년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만으로도 국민은 열광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를 갖춘 안 원장은 순식간에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안철수 열풍에 놀란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에 저마다 ‘콘서트’란 이름을 갖다 붙였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비상대책위원장)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꾸린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소통담당 분과까지 만들었다.
재계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내년 첫 업무를 직원들과 ‘4000번 악수’로 시작할 예정이다. 강당에 모여 고리타분한 훈시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신 서울 소재 두산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0월부터 주요 임원과 각 분야 명사들을 초청해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하지 못하는 ‘불통(不通)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측근 중심의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는데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범위한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소통 부재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강력한 소통 도구로 자리잡았다.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트위터 가입자는 550만명, 페이스북 가입자는 450만명을 넘었다. 일부 유력 인사들의 트위터 글은 여론을 만들고 사회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힘을 지녔다. ‘권력은 팔로어(글을 받아보는 사람) 수에서 나온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여당이 맥을 못추고 야권이 힘을 얻는 현상도 SNS 세계에서 읽을 수 있다. 진보 인사의 팔로어 수는 보수 인사를 능가한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팔로어 수가 100만명을 넘어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만명 이상,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반면 여권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만명이 채 안 된다.
SNS가 건전한 여론 조성이 아닌 ‘여론몰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괴담이 순식간에 퍼지는 역기능도 나타났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A - 아랍의 봄 Arab spring
1월 튀니지에서 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 자살이 중동 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졌다. 23년간 철권을 휘두른 튀니지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이 무너졌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와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등 독재자들이 잇따라 권좌에서 쫓겨났다. 리비아는 내전에 휘말렸다. 40년간 리비아를 지배한 카다피는 시민군에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B - 정전대란 Blackout
9월15일 전국 656만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늦더위에 전력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자 정부와 한국전력이 강제 순환정전을 실시한 탓이다. 정부는 정전 1주일 전 “올해 전력난은 없었다”고 자화자찬성 보도자료를 냈다가 망신을 당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전 사태의 책임으로 물러났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값싼 전기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D - 빚 Debt
유로(Euro)존이 막대한 나라빚으로 흔들렸다. 금융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그리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했다.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마저 위기에 몰렸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돈을 마구 푼 데다 과도한 복지 지출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다. 미국도 심각한 정부 적자 때문에 70년 만에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E - 대지진 Earthquake
3월11일 리히터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일본을 덮쳤다. 진앙지는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仙台) 동쪽 179㎞ 지점. 사망자가 1만5800여명, 실종자가 3400여명에 달했다. 자동차 기계 등 주력 품목 생산이 급감했다.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일본 경제는 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손상을 받아 방사능 공포도 커졌다.
F - 자유무역협정 FTA
한·미 FTA가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초 발효된다. 앞서 7월에는 한·유럽연합(EU) FTA가 정식 발효됐다. 한국은 세계 1, 2위 경제권인 미국 EU와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세계 경제영토의 60%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19세기 말 일제 식민지배를 겪은 국가의 대변신이다. 농업 등 취약 산업 보호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싼 국내 갈등 해결은 숙제로 남았다.
G - 세대갈등 Generation conflict
취업난과 고물가, 전셋값 급등, 은퇴 공포로 젊은이들의 민심이 정부에서 멀어졌다. 불만은 정치 현장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뒤 이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세대는 야권에 몰표를 던졌다. 정부와 기득권을 조롱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2040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민심잡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H - 한국형 헤지펀드 Hedge fund
‘금융시장의 벤처’로 불리는 헤지펀드가 지난 23일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국내 9개 자산운용사가 12가지 상품을 내놨다. 주식 선물 통화 등 거의 모든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개인이 가입하려면 5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위험 회피 수단이 다양해졌지만 아직은 규모가 영세하고 운용기법이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개 헤지펀드의 총 설정액은 1500억원이다.
I - 물가급등 Inflation
물가가 1년 내내 무섭게 올랐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5%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억제 목표(4% 이내) 달성에 실패했다. 임금은 거의 제자리인데 물가만 뛰어 서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름값은 ℓ당 2000원을 넘고 돼지고기와 채소 값은 20~3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정부는 12월 초 물가지수 산정 방식을 개편했다. 금반지 등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물가 산정 때 제외했다.
J - 스티브 잡스 Jobs
‘계속 갈망하라,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10월5일 56세로 타계했다. 애플 창업-강제 퇴사-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 설립-애플 최고경영자로 복귀-췌장암 수술-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기적 히트작 출시….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한 제품을 만들었던 그는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K - K-팝 K-POP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우물안 개구리’로만 생각했던 K팝(한국 팝)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6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은 K팝 가수를 보려는 ‘서양인’들로 넘쳤다.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K팝 공연에는 1만5000여명의 관객들이 입장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도 한국 가수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L - 론스타 LonStar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금융당국이 내주면 8년 만에 외환은행을 처분하고 한국을 떠난다. 2003년 2조원에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는 배당금을 포함해 7조원을 벌게 된다. ‘먹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로 ‘외환은행 강제명령 매각’ 처분을 받았다.
M - 소모성자재구매대행 MRO
대기업이 계열사에 소모성 자재를 납품받는 MRO 사업이 정부와 정치권, 중소기업의 타깃이 됐다.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비난이 쏟아져 일부 대기업이 MRO 사업을 포기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6월 손을 뗐고 8월에는 삼성그룹이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을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MRO 규제는 그러나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중소기업 업종’으로 두는 것이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N - 김정일 사망 North Korea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2월17일 급사했다. 3남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이어 최고통치자로 등장했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지, 북한이 결국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아갈지 등이 관심이다. 북한은 지난해 천안함 공격에 이어 올해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에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했다.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해서 ‘동네 정보원’이란 비난을 들었다.
O - 오사마 빈 라덴 Osama bin Laden
5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한 가옥에 미국 특공대가 진입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미국을 괴롭혀온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미국은 2001년 알카에다의 세계무역센터 파괴 공격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빈 라덴을 집요하게 추격했다. 빈 라덴은 은신처를 옮겨 다녔지만 결국 미국 정보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P - 평창 Pyeongchang
강원도 평창이 세 번째 도전 만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지난 7월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은 95표 가운데 63표를 얻어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눌렀다.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을 깨끗이 설욕했다. 한국은 월드컵과 육상선수권대회,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등 4대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하게 된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Q -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가라앉은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중앙은행에 “돈을 풀라”는 시장의 압박이 증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회원국들을 돕기 위해 국채 매입을 늘리고 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줬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3차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끝내 칼을 뽑지는 않았다. 2008년 위기 이후 1, 2차에 걸쳐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경기부양에 실패했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R - 전셋값 Rent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은 전세금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한 해 동안 서울 10.48%, 경기·인천 같은 수도권은 13.04% 올랐다. 지난해(서울 7.29%, 경기·인천 7.5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전셋값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치솟았다. ‘렌트 푸어(rent poor)’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전세금 갈등도 속출했다.
S - 저축은행 Savings bank
16개 저축은행이 올해 문을 닫았다.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거 부동산 경기 호황 때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나선 것이 부실의 큰 원인이었다. 금융당국은 허술한 감독과 내부 비리 연루로 저축은행 부실을 키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을 찾아 임직원들을 질타했다. 저축은행을 비호하던 정치권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T - 세금 Tax
‘투자 달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8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부자 증세를 제안했다. 연 소득 100만달러 이상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버핏세’ 입법화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도 부자 증세 논란이 상륙했다. 야당인 민주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신설해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U - 노조 Union
7월부터 한 사업장에 2개 이상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48년 만의 복수노조 허용이다. 근로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대변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업들은 다수 노조 난립으로 노사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단위 노동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같은 투쟁 지향적 양대 노총과 달리 상생적 노사관계를 표방하는 제3 노총인 국민노총이 출범했다.
V - 변동성 Volatility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심하게 요동쳤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이 몰아친 8월8일과 9일에는 하루 주가 변동폭이 각각 139포인트와 143포인트에 달했다. 일본 대지진 공포가 엄습한 3월15일에도 주가는 하루 103포인트 출렁였다. 위기 때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한국 증시는 ‘ATM(자동입출금기) 코리아’로 불렸다.
W - 복지 Welfare
민주당은 지난 1월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무상 시리즈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이 제기됐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해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진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패배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복지를 늘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X - 수출입 eXport-import
연간 수출입액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다. 2차대전 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중에서는 첫 위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충격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수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 7강에 올랐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5570억달러로 세계 8번째로 수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Y - 엔화 Yen
엔화는 미스터리다. 일본 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데 통화는 강세다. ‘강한 경제가 강한 통화를 갖는다’는 경제 상식과 어긋난다. 올해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1% 뛰었다. 주요 국제통화 중 최고 상승률이다. 10월에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75.73엔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였다. 일본 기업들은 비명을 질렀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다.
Z - 주코티 공원 Zuccotti Park
미국 뉴욕 남부 맨해튼에 있는 작은 공원 하나가 9월 이후 매스컴에 연일 오르내렸다. 주코티 공원은 전 세계에 퍼진 ‘월가 점령(occupy Wallstreet)’ 시위대의 본거지였다. 시위대는 이곳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약 70일간 금융권의 탐욕과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우리는 99%다’고 외친 그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에선 ‘월가 점령’ 시위를 본떠 ‘여의도 점령’ 시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