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들과 시중은행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을 1060~1140원 사이로 내다보고 있다. 연평균 환율 예상치는 제각각이지만 흐름에 대해서는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의 경우 유럽 국채 만기도래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고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있어 환율이 고공행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에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지속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 금융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원·달러 평균 환율을 1115원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는 1085원으로 떨어져 연간 전체로는 평균 1110원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C제일은행은 내년 연평균 환율을 1140원으로 예상했다.상반기까지는 달러 강세와 신흥시장 통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1분기에 1210원까지 올랐다가 2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여 4분기에는 10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와 산은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상고하저의 원·달러 환율 흐름에는 동의하지만 전반적인 환율 수준은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연구소들은 내년엔 원화가 소폭 강세를 보이며 올해 평균환율(1100원선)보다 다소 하락한 1060~107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국가신인도 하락, 달러화 공급 확대 등을 원화강세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에선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원화 저평가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원화강세 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한 가운데 세계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원화가치가 완만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중의 외환딜러들은 상반기에 원화 약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국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등 선진 금융당국들이 유로존 안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외환당국도 1200원 부근에서 원화가치 추가 상승을 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외환당국의 2012년 환율 정책은 변동성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내년엔 직접적인 규제보단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각 경제 주체들이 예측 가능한 원·달러 환율 흐름을 유지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2012 경제정책방향’ 자료에서도 “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