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속 용
사람들은 용이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상상했다. 여의주로 구름과 비를 만들고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용은 왕의 상징이기도 하다. 왕의 곤룡포에는 용이 새겨져 있고 왕의 얼굴은 용안, 왕의 의자는 용상으로 불렸다.
서민들의 생활용품에도 용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솟대에 용을 새겨 복을 가져다주기를 기원했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은 문방구에 용을 새겼다. ‘등용문’이나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에도 하늘 높이 비상하는 용의 이미지가 녹아 있다. 집안의 문, 병풍을 장식하기 위해 용을 그렸다. 나쁜 귀신을 막는 액막이 그림에서도 눈을 부라린 용을 볼 수 있다.
용은 물을 지키고 비를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바닷가 어부들은 용왕에게 풍어제를 지낸다. 가뭄이 들면 용신에게 기우제를 올린다. 나라를 지키는 호국신으로서의 이미지도 있다.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 바다의 호국룡이 돼 나라와 불교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용도 비와 관련 있다. 소풍가는 날 하늘에서 비를 뿌리면 학교 우물에 살던 용이 승천하지 못해 그렇다는 소문이 돌았다.
용은 불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배가 반야용선이다. 예불할 때 쓰는 목어와 법고에서도 용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야 최고의 용이다. 잠룡들의 물밑 움직임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올해 물에서 나와 하늘로 치솟을 주인공은 누구일까.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