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분야 이름 날려 國格 높일 것…물욕 경계하고 대형사고 대비해야
올해 임진(壬辰)년은 주역 29번째 괘인 ‘중수감(重水坎)’에 해당하는 해다.

중수감은 위와 아래에 모두 물(水)이 있는 괘로 험난한 상황이 중첩된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괘 속에는 아무리 비색하고 힘든 상황도 확고한 믿음과 진실한 마음으로 대처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2012년에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2012년은 용의 해다. 이 용은 검은 용(黑龍)이며 여의주를 얻었지만 하늘로 오르지 못하는 이무기와 같은 용이다. 용은 12지지의 다섯 번째 동물로 그 성정은 변화, 예측불허, 새로움, 독단과 배타성, 모질고 사나움, 평평함 등을 상징한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한 해는 무거운 등짐을 지고 캄캄한 새벽길을 걷듯이 힘들고 답답할 것이며 특히 집단 이기주의적인 각종 시위나 소요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진의 임(壬)은 양수(陽水)이며 아홉 번째 천간으로 바다나 큰 강, 겨울, 응고하는 것, 인생의 노년기 등을 상징하는 오행의 하나다. 임은 금(金)이 추수한 것을 잘 간수해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씨앗과 같은 기운이다. 그래서 임수(壬水)를 만물의 태원(胎元)이자 생명의 시원이며 또한 지혜롭다고 한다.

임은 본래 사람이 임신한 모양이나 다리를 상형한 글자이지만 짐을 짐(任), 간사함, 북쪽에 위치함(位北方也) 등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음모, 술수, 침략, 감옥, 도둑, 비밀, 음란 등과 같은 임수의 부정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2012년에는 북한과 관련되거나 종교 또는 물과 연관된 사건들이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 수도 있다.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1832년 영국 상선 로드 암허스트호가 황해도 몽금포 앞바다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한 일, 1952년 거제도 공산포로 폭동과 부산 정치파동, 발췌개헌안 통과 등은 이에 대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임진년은 지지 진토(辰土)를 기준으로 천간을 보면 오히려 토극수(土剋水)하여 편재(偏財)가 되는 해다. 인간세에서는 하늘인 천간보다는 땅인 지지가 더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임진년은 재성(財星)의 해가 되고 대한민국이 작년과는 다르게 강한 재성 기운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편재의 특징은 매우 빠른 결정력과 성급함, 속전속결,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시하는 태도다. 풍류, 낭비, 횡재, 일확천금, 투기성, 도박성, 사기성, 방탕성, 물욕, 색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편재는 정도를 벗어난 재물 취득이나 부적절한 남녀 관계를 가리킨다.

이런 편재 기운은 4월과 12월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선거 출마자들의 한탕주의 공약과 터무니없는 복지성 공약이 난무할 것이고, 정책 선거보다는 인기몰이를 위한 불법·탈법 선거가 유권자들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진토는 수(水)의 창고로 만물 순환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즉 수생목(水生木)하여 솟구치는 목기(木氣)를 목생화(木生火)하는 화기(火氣)로 연결하고 그 상승하는 기세를 적당히 통제하고 조절해 만물이 제대로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 진토다.

‘설문해자’ 등을 봐도 진이란 글자는 ‘흔들린다(振)’ ‘진동한다(震)’ ‘편다(伸)’의 뜻을 가지며 ‘때, 날짜, 시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진토가 우주만유 변화의 근원인 수를 관장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임을 의미한다.

올해 특히 조심하고 대비해야 할 것은 지난해 3월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은 국민 모두 대형 가스 폭발, 홍수, 대지진이나 해일, 산사태, 원전사고, 비행기 사고 같은 것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임진년이 나쁜 일만 생기는 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진(辰)은 빠르게 진동해서 옛 몸체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글자다. 따라서 지난해 잘못된 일들을 과단성 있게 처리하고 국격(國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또 올해는 예·체능계에서 젊은이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려 국민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아울러 중개업, 유통업, 광고업, 비행산업, 종교, 노인과 관련된 산업 등 진토의 특성과 관계있는 업종이 활성화하고 그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지금까지 2012년 임진년 운세를 거칠게나마 짚어보았다. 한마디로 2012년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국운의 상승도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필설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눈물, 미래에 대한 확신 등이 전제된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때’가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때’”라는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의 말은 한없는 감동을 던져준다. 맹자의 말 한마디를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천명(天命) 아닌 것이 없다. 단지 순리대로 행하여 그 정명(正命)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천명을 아는 사람은 위험한 돌담 아래에 서지 않는다. 자기의 도리를 다하고 죽는 것이 정명이다. 죄를 지어 죽는 것은 정명이 아니다.’

송인창 <대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