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2] "팬택을 BMW 같은 기업으로 키우겠다"
“이제는 팬택을 몇 백년을 가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 새해를 맞는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30일 워크아웃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4년8개월 만이다. 박 부회장은 채권단 내부 갈등으로 워크아웃 졸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었다. 채권단의 만류로 주저앉아 “언론 플레이한 거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죽기를 각오했기에 팬택을 살릴 수 있었는지 모른다.

박 부회장을 서울시내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워크아웃 졸업 소감부터 물었다. “도와준 사람들이 고맙고 의욕도 타오르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워크아웃 기간에는 자신을 벼랑에서 떠민 사람들을 후회하도록 만들고 싶어 휴일에도 출근했고 “날밤도 깠다”고 했다.


“워크아웃이 시작되자 매출이 반으로 줄더군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워크아웃 기업이 17분기 연속 이익을 낸다는 건 쉽지 않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후 노키아까지 흔들릴 정도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익을 냈습니다. 팬택은 극한 상황에서 성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성도 키웠다고 봅니다.”

팬택을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BMW 같은 기업”이라는 답이 나왔다. 자동차 시장에선 일본 도요타가 1등이지만 그렇다고 BMW가 밀려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다. 박 부회장은 “BMW는 1등만큼 많이 팔진 못해도 소비자 가치나 시장 가치, 기업 가치에서는 1등을 자부한다”며 “팬택이 지향하는 게 바로 BMW 같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되려면 현재 2000만대를 밑도는 연간 휴대폰 판매대수를 5000만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노키아마저 흔들리는 판인데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바닥에서는 졸면 죽습니다. 그래도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죠. 요즘엔 너나없이 스마트폰 들고 다니잖아요. 그런데 들고 다니다 보니 내구성이 2년을 넘기질 못해요. 컴퓨터라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궁무진한 산업입니다. 가장 좋은 시장은 북미죠. 가장 크고 돈도 되고…. 올해 북미에서 1100만대 팔았는데 2500만대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그래도 팬택이 잘해낼지 의심스러워 재차 물었다. 폰에 PC를 결합하고 TV까지 연결하는 추세인데 폰만 만들었던 팬택으로선 불리하지 않냐고. 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것도 아니잖냐고. 박 부회장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베가 신제품에 장착한 LCD(액정표시장치)가 세계 최고인 이유를 아느냐, 샤프와 공동 개발했기 때문이다, 1.5기가(㎓) 프로세서도 경쟁사보다 먼저 탑재했는데 퀄컴과 매일 아침 원격회의하면서 개발했다, 약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얘기였다.

팬택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물었다. ‘휴대폰 회사’가 아니었다. 박 부회장은 “지금은 들고 다니는 PC를 만드는 회사”라며 “2년 전 ‘IMD(인텔리전트 모바일 디바이스) 회사로 간다’고 선언한 뒤 기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선행연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윈도폰 만들다가 안드로이드폰으로 빠르게 갈아탈 수 있었던 것도 선행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팬택은 2012년 새해 매출 목표를 2011년보다 50% 늘어난 4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스마트폰 판매는 650만대에서 130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새해 초에는 미국 AT&T를 통해 태블릿PC를 발매한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